"미국 친구들처럼 말로 때울 수 없으니 무조건 실력과 작품으로 보여줘야 했어요. 그 친구들 보다 1.5배는 더 노력해야 했죠."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대형 스튜디오인 드림웍스에서 레이아웃 총괄팀장을 맡은 전용덕(42)씨가 '크루즈 패밀리' 한국 개봉에 맞춰 고국을 찾았다. 한국에서 광고 기획사에서 일했던 그는 27세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2003년 드림웍스에 입사해 '쿵푸 팬더' '슈렉 포에버'에 이어 이번 신작 '크루즈 패밀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가 하는 일은 애니메이션의 동선과 카메라 움직임을 지휘하는 일로, 실사영화로 치면 촬영감독에 해당한다.
'크루즈 패밀리'는 동굴 주변을 떠난 적이 없는 크루즈 가족이 어느 날 천재지변으로 동굴이 무너지고 난 뒤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3월 북미에서 먼저 개봉됐을 때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세계 곳곳에서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드림웍스 전체에서 레이아웃 분야의 팀장급은 그를 포함해 7명에 불과하다. 그의 일은 감독이 만들어낸 스토리와 캐릭터를 화면에 그려내는 중요한 역할이다. 함께 내한한 크리스 샌더스와 커크 드 미코 감독은 "용덕을 절대 한국에 보내지 않겠다. 캘리포니아에 영원히 잡아두겠다"며 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전 팀장은 '슈렉 포에버'에 이어 3D로는 두 번째인 이번 작품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입체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레이어를 많이 넣어 3D의 깊이감을 훨씬 높였어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카메라를 항상 움직이도록 조정했고, 조명도 실제 밖에서 촬영한 화면의 자연광 데이터를 활용해 사실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어요. 이런 노력으로 다른 애니메이션 보다 30% 더 깊이감이 나아졌다고 봐요."
그는 드림웍스의 장점으로 자율성을 존중하는 효율적인 문화와 창의적 작업 분위기 조성을 위한 든든한 기술 지원 등을 꼽았다. "맡은 일에만 집중하면 됐지, 출퇴근 시간에 대한 구애가 없어요. 작업을 하다 한계에 부닥치면 바로 기술팀에서 도와줍니다. 한 팀마다 2,3명씩 있는 테크니컬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상상한대로 표현하기 힘들 경우 이들이 바로 문제를 해결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줍니다."
드림웍스 전체 2,000여 직원중 한국인은 25명 정도다. "워낙 성실하게 일하다 보니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요. 2008년 제가 파악한 바로는 캘리포니아 메이저 스튜디오에만 한국인이 100여명 있어요. 다들 근면하고 열성적이죠. 미국이 개방적이고 능력만 우선시할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예의 바르고 주위와 친화적인 사람을 좋아해요. 그런 면에서도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그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부(Boo)'를 준비하고 있고 내년 1월부터 본격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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