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독서습관을 부추긴다며 반발을 샀던 KBS '어린이 독서왕'의 가을 방송이 결국 무산됐다. 박현우 KBS 한국어진흥원장은 5일 "방송 시작 전부터 시민단체와 출판계 등의 폐지 여론이 높아 정규 방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KBS가 주최하고 KBS한국어진흥원이 주관하는 '어린이 독서왕'은 초등 3~6학년생을 대상으로 선정도서 40권에 대한 학교별 독서 능력평가시험을 치른 후, 교육청 대회와 KBS 독서골든벨 대회를 거쳐 독서왕을 뽑겠다는 프로그램이다.
KBS의 방송 철회는 독서관련 단체들의 강한 반발과 시도교육청의 후원 철회 등 전방위적 공세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교육청에서 일선 학교에 공문이 내려간 후 한정된 책으로 독서를 강요하고 시험과 순위 경쟁을 부추긴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후원을 약속했던 전국 7개 시ㆍ도 교육청 중 5곳이 입장을 바꿔 KBS에 철회를 통보하기도 했다.
방송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그 동안 대대적 판촉행사를 벌여 온 온라인서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서점들은 우승자에게 상금 100만원을 거는 등 사행성을 조장하는 이벤트를 벌여 빈축을 사왔다. 시험을 대비해 미리 책을 산 학생과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가 예상되는 가운데 박 원장은 "KBS는 독서왕 신청에 응시한 5만명에 대해서는 특집방송이나 별도 행사를 진행해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출판계 등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선정도서는 20만권 정도 팔렸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KBS가 뒤늦게라도 방송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다시는 독서 교육을 빙자한 잘못된 사업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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