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쉽지 않아 분양홍보대행사 취업 러시, 일자리 부족하고 대량실직 가능성 높아 재취업 갈수록 힘들 듯
16년 간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이모(46)씨는 2008년 6월 2,000억원짜리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닥쳐 사업부지(360억원) 1차 중도금 60억원을 내지 못해 퇴직금과 평생 모은 저금 수억원을 손해 본 뒤 2011년 9월부터 분양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업계 내에서 일자리를 찾다 보니 분양홍보대행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건설업계에서 ‘이직 (移職) 전쟁’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심각한 상황이라 전문성을 살려 옮길 수 있는 일자리를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중견건설사 홍보팀장이었던 최모(39)씨는 올해 1월 10년 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자리를 찾다 실패해 분양홍보대행사를 직접 차렸다. 최씨는 “이직할 곳이 줄면서 재취업 문이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 건설사에서 퇴사하면 협력업체에서 모셔가는 경우가 많았고, 중견 또는 중소건설사에 취업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수주와 매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해외 플랜트관련 전문 인력을 제외하고는 건설업체간 이직에 성공하는 경우를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아파트사업이 궤멸위기에 몰리자 건설회사들이 주택사업 부문 축소에 나서면서 특히 분양 관련 홍보ㆍ마케팅 분야 종사자의 타격이 크다.
문제는 이처럼 이직이 어려워지는 데도 이직시장에 나서게 될 인력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시공능력 평가 상위 100위 업체 중 무려 21곳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중이며 해당기업 종업원은 8,542명이다. 이들 중 10%만 구조조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올해 안에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추가로 이직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강영길 대한건설협회 문호홍보실장은 “전문성이나 장래성은 묻지 않고 재취업자에 성공만 해도 행운이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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