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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취소 사유, 미국 대학에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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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취소 사유, 미국 대학에 통보"

입력
2013.05.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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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입자격시험 (SATㆍScholastic Aptitude Test) 주최 측이 5일로 예정됐던 시험을 부정이 우려된다며 취소한 뒤 그 사유를 미국 대학들에 통보키로 해 한국 학생들의 시험 점수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우려된다.

SAT 시험 출제와 채점을 담당하는 ETS 관계자는 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SAT 기출 문제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며 "(기출 문제가 다시 출제되는 시험 방식상) 5월 문제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한국 시험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앞서 SAT를 주관하는 미국의 비영리기관 칼리지보드(College Board)는 1일 홈페이지에 이 같은 사실을 공지했다.

5일 시험을 치르려던 응시생 1,500여명은 혼돈에 빠졌다. 압구정동의 한 어학원 원장은 "ETS측 설명과 달리 6월 시험이 취소되면 10월까지 기다려야 해 대학 지원 일정이 촉박한 학생들은 6월에 일본이나 대만에서 시험을 보는 것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불안감은 ETS 측이 시험 취소 사유를 미국 대학들에 알리기로 하면서 증폭되고 있다. 대학들이 한국에서 시험을 본 학생들의 점수를 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0월 미 대학에 조기 지원할 예정인 김모(17)군은 "이전부터 미 대학들이 한국 학생의 점수를 실제보다 낮춰 본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이번 일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관행처럼 굳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험부정 등 SAT 관련 사고는 수차례 불거졌다. 2007년 기출문제가 학원교재에 실리는 바람에 응시생 전원의 성적이 취소됐고 2010년에는 시차를 이용, 태국에서 시험을 본 뒤 미국으로 시험지를 빼돌리려던 일당이 적발됐다. 미 대학원 입학능력시험(GREㆍGraduate Record Examination)은 2002년 외국에서 본 시험 후기를 돌려보는 시험부정으로 2011년까지 연 2회로 시험이 축소됐다.

이처럼 '점수 올리기'에 급급해 반복되는 시험부정의 원인에 대해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학교나 기업이 토익 등 시험 점수 위주로 쉽게 인재를 확보하려 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편법과 탈법을 쉽게 여기고 '정직'이 오히려 '무능력'으로 여겨지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라며 "나만 살자, 이기고 보자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유학원 관계자도 "미국 명문 대학도 2,260점(2,400점 만점)이나 2,340점에 큰 차이를 두지 않고 일정 점수 이상이면 과외활동, 에세이를 중요하게 보는데 우리 학부모들은 점수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SAT2(선택과목) 강사는 "기출문제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의심받는 한 학원은 최근 국내 관리감독이 엄격해지자 고가의 캠프를 모집해 외국으로 5월 시험을 치르러 출국했다"며 일부의 잘못 때문에 한국에서 정직하게 공부한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2~4월 검찰은 시험 부정이 의심되는 어학원 및 학원 강사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최근 10여 명을 출국금지하는 등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조사 받은 ETS 측 관계자가 문제유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시험 취소로 5월 시험을 치르지 못한 응시생 1,500여명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ETS가 시험 취소 사실을 미국 대학들에도 알리겠다고 밝힘에 따라 한국 학생들의 점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두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점수 지상주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강생들이 5, 6월에 과목을 나눠 두 번 시험 치르려 몇 달을 준비했는데. 지금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죠."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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