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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이식으로 새삶… 생명 나눔에 힘 보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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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이식으로 새삶… 생명 나눔에 힘 보태야죠"

입력
2013.05.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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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한 번 받는 혈액투석 때문에 신부전증 환자들은 여행은 고사하고 직업 갖기도 힘들죠. 이분들 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만성신부전증을 앓다 2005년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사는 주부 주은경(48)씨. 그는 수술이 가져다 준 가장 행복한 변화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신장을 기증받은 환자의 가족이 또 다른 환자를 위해 신장을 기증하는 이른바 '릴레이 신장 이식'을 통해 두 달 만에 수술을 받았던 주씨는 "수술 전에는 투석 준비와 치료 후 안정 시간까지 합해 꼬박 하루가 걸리는 혈액투석을 이틀에 한 번씩 받아야 했다"며 "투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보다 가족들과 여행하는 소소한 꿈 조차 나에겐 사치였다"고 말했다.

이런 주씨가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의 제주 여행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다. 새생명나눔회가 주최하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후원하는 '사랑의 일일 찻집' 행사가 열린 2일 오전 경기 구리시 인창동 더시네마웨딩홀 9층 연회장. 주씨를 비롯해 신장을 이식 받았거나 기증한 50여 명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7회째를 맞은 이날 일일 찻집의 목표는 신부전증 환자들의 제주도 단체여행이다. 이날 행사로 모인 후원금은 혈액투석 중인 환자들이 장기기증운동분부가 운영하는 제주도 내 한 요양시설에 5일간 머물면서 투석치료와 관광을 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제주도 여행을 떠날 환자는 새생명나눔회에 등록된 신부전증 환자 가운데 가정 형편과 투병 기간 등을 고려해 뽑기로 했다.

5년 전 남편이 이식수술을 받았다는 한모(48)씨는 "가벼운 나들이조차 쉽지 않은 신부전증 환자들의 삶을 잘 안다"며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해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몸을 추스르자마자 새생명나눔회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박순향(52)씨도 "1년 중 반은 누워있는 생활을 하다 보니 우울증은 저절로 올 수밖에 없다"며 "가족들과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면 그나마 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고 과거 투석생활을 회상했다.

노란색 조끼 모양의 유니폼을 맞춰 입은 50여명의 이식환자들과 기증인들이 손님 맞이, 음료수 서빙 등을 위해 연회장 곳곳을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후원금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웨딩홀 측도 행사취지에 공감해 장소와 음식을 무료로 제공했다.

10년 넘게 투석치료를 받았던 한 남성에게 재작년 신장을 기증한 윤현중(44)씨도 이날 찻집 일을 돕기 위해 나섰다. 오전 10시부터 나와 손님들을 맞았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이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여행을 혈액투석환자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면서 "신장 기증 이후 오히려 내가 더 행복했기에 이 행복을 누군가와 또 다시 나누고 싶었다"며 참석 이유를 밝혔다.

엄해숙 새생명나눔회 회장은 "단 5일에 불과하지만 신장 이식만을 기다리며 병마와 싸우는 분들에게 여행의 기쁨을 안겨드리겠다"고 말했다.

구리=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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