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힘 가우크(사진) 독일 대통령은 2일 나치의 '노조 학살' 80주년 추모일을 맞아 "아직도 수많은 세계 노동자들이 어떤 보호도, 노조도 없는 열악한 상태에 있다"며 "방글라데시부터 남아공까지 노동자들의 권리가 크게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1933년 5월 2일 노동절 바로 다음날인 이날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돌격대는 전국의 모든 노조지도자들을 체포하고 노조를 해체했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후 한 달이 되던 시기였다. 노조지도자들은 추방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진 뒤 고문당하고 처형됐다. 독일노조의 사망일인 이날은 자유노조 운동 역사상 가장 쓰라린 패배로 기록되고 있다.
가우크 대통령은 "당시 노조지도자들의 저항은 우리에게 싸울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며 "지난해에만 전세계에서 최소 76명의 노조지도자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다 살해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의류공장이 무너져 400여명이 숨졌고, 세계 곳곳의 섬유염색 노동자가 독성화학물에 중독되고, 불법적인 일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착취당하고 있으며, 이민자 노동자는 자녀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못하고, 어린 소녀들은 가정부로 고용돼 노예처럼 학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우크 대통령은 "자유노조가 있고 노동자들의 대표가 있는 곳만이 자유와 참여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독 출신의 가우크 대통령은 목사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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