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모(52)씨의 고위 공직자 성 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증거 동영상 원본을 확보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경찰이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면 지지부진하던 성 접대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1일 동영상 원본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던 사업가 박모(58)씨와 박씨 운전기사인 또 다른 박모(35)씨를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영상이 저장된 컴퓨터를 제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명은 한때 윤씨와 내연관계였던 50대 여성사업가 K씨의 부탁으로 지난해 12월 윤씨가 빌려 타던 외제차를 회수하다 차 안에 있던 동영상 CD를 찾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조사 뒤 귀가시켰다.
앞서 지난 3월 말 경찰이 이 사건 참고인에게 임의제출 받은 약 2분 분량의 성 접대 동영상은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영상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등장한다고 알려졌지만 화질이 조악한 데다 잡음이 섞여 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영상 및 성문(소리의 지문) 분석으로 동일인물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새로 확보한 동영상 원본을 다시 국과수에 보내 등장인물에 대해 분석하고 컴퓨터에 저장된 다른 동영상이 있는지도 확인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누차 결백을 밝혔던 김 전 차관은 이날도 변호인을 통해 “동영상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는 국과수가 판독하지 못한 복사본 동영상 속 남성의 음성이 김 전 차관의 목소리와 거의 같다는 성문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소에 따르면 약 한달 전 동영상 소리만 저장된 1분 길이 파일에서 음악과 잡음 등을 제거한 뒤 과거 김 전 차관의 인터뷰 육성과 대조한 결과 목 구조와 공명 등 6가지 항목에서 평균 95%가 일치했다. 배명진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치율 95%는 김 전 차관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라며 “국과수는 실력이 부족해 분석하지 못한 게 아니고 증거 훼손을 우려해 음원 분리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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