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만한 아우 없다’지만 패션업계에서는 다르다. 오히려 원래 브랜드를 뛰어 넘는 동생 격인 세컨드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면서 형 보다 나은 아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가격대를 절반 이상 낮춘 세컨드 브랜드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세컨드 브랜드의 장점은 업계 입장에선 기존 구매층보다 젊은 층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소비자들 또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 디자이너 의류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제일모직 구호의 세컨드 브랜드인 ‘구호플러스’이다. 고가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이끄는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이달 말까지 ‘구호플러스’를 한정 판매한다. 지난달 초 서울 가로수길 매장을 시작으로 주요 백화점을 돌며 6,7일 가량 한시 매장을 운영하는데, 가로수길 매장에선 7일 동안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뒤이어 판매를 시작한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한시 매장에서도 7일 동안 3,000만~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캐주얼 브랜드 상위권에 올랐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구호플러스의 경우 10대~20대 젊은 여성은 물론 남성용, 반려동물용 의류까지 제작해 고객층을 넓히고, 가격도 구호 브랜드의 3분의 1수준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제일모직은 지난달 18일부터 구호플러스를 인터넷으로도 판매해 인터넷에서만 1주일 동안 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오롱FnC도 디자이너 김재현씨의 여성복 브랜드‘쟈뎅드슈에뜨’의 세컨드 브랜드인 ‘럭키슈에뜨’를 지난해 8월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럭키슈에뜨의 가격대는 티셔츠 10만~20만원대, 외투류 30만~40만원대로 쟈뎅드슈에뜨의 절반 수준. 럭키슈에뜨는 올해 30여개 매장에서 25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SK네트웍스가 1월 말 선보인 가방 브랜드 ‘루즈앤라운지’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월 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현대백화점 무역점에서 국내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가운데 매출 1,2위를 다투고 있다. 루즈앤라운지는 뉴욕에서 고가 가방 브랜드 ‘상아’를 론칭한 임상아씨가 아트 디렉터로 참여하고 있다. 상아의 세컨드 브랜드는 아니지만 임씨가 디자인 콘셉트를 제안해 만들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명품과 제조유통 일괄 의류(SPA)로 양분된 국내 패션 시장에서 가격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세컨드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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