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사가 3일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피살됐다. 무샤라프가 최근 귀국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그 배경에 의혹이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 경찰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IA) 소속 초우더리 줄피카르(사진) 연방검사는 이날 오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인근 라왈핀디로 향하던 중 오토바이를 탄 괴한 3, 4명으로부터 10여 발의 총격을 당했다. 괴한들은 차를 가로막고 총을 쏘았으며 줄피카르는 머리와 어깨, 가슴 등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숨지고 말았다. 줄피카르가 운전대를 놓치면서 여성 행인 한 명도 차에 치여 사망했고 줄피카르의 경호원이 대응사격을 가해 괴한 중 최소 한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괴한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경찰은 나머지 괴한들을 쫓고 있다.
줄피카르는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암살사건과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사건 등을 수사했던 수석 검사였다. 이날도 부토 전 총리 암살사건 재판에 출석하려던 중이었다. 부토 전 총리는 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총재로 있던 2007년 12월 선거 유세에 나섰다가 테러범의 공격으로 숨졌다. 당시 무샤라프 대통령 정부는 파키스탄탈레반(TTP)의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를 암살 배후로 지목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2010년 유엔 조사에서 부토의 암살은 막을 수 있었으며 무샤라프 정부가 적절한 경호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줄피카르를 포함한 검사들은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무샤라프를 쫓았다. 무샤라프는 2008년 총선 패배 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자발적 망명길에 올랐다. 올해 3월 귀국한 무샤라프가 지난 주 체포된 후 줄피카르는 무샤라프의 부토 암살 방조와 교사 혐의 등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줄피카르의 피살은 뭄바이 테러사건 수사에 대한 테러조직의 보복일 수도 있다. 줄피카르는 166명이 숨진 2008년 뭄바이 테러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파키스탄 테러조직 ‘라슈카르-에 타이바(LeT)’을 수사했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경찰 수사관들이 조사 대상이 된 테러조직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줄피카르도 표적으로 거명되자 그에 대한 경호를 강화한 바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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