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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열린 숭례문, 길이 보전해야 할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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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열린 숭례문, 길이 보전해야 할 자긍심

입력
2013.05.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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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1호 숭례문이 돌아왔다. 600년 수도 서울의 관문이 5년 3개월 만인 오늘 옛 모습으로 다시 문을 활짝 열었다.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고, 한편으로는 감개무량하다. 우리는 아직도 2008년 2월 11일, 그날의 악몽을 잊을 수 없다. 방화로 밤새 숭례문이 시꺼멓게 타 들어가 무너져 내릴 때, 국민의 가슴도 탔고 민족의 자부심도 무너져 내렸다. 역사에, 국민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채 5년을 지냈다. 새삼 문화재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 선조들과 후손들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숭례문 복구는 단순히 불에 탄 문화재 하나를 다시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무너진 민족의 자부심과 역사를 되살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욱 정성을 쏟았고 사료에 충실했다. 국보1호의 가치와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사리진 것을 새로 만드는 복원이 아닌, 철저히 전통방식으로 훼손된 것을 바로잡는 '복구'를 선택했다. 불 타다 만 부재까지 최대한 활용하면서 일제가 무너뜨린 성곽과 지반까지 다시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덕분에 5년 전 무너진 우리의 자존심도 되찾고, 역사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서두르지 않고 긴 시간, 국가와 민족의 역사와 자존심 복구에 기꺼이 참여한 장인들과 현장 투입된 많은 사람들(연인원 3만5,000명)에게 감사한다. 그들의 재능과 열정과 땀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심장이기도 한 국보1호가 다시 우리 곁에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남은 일은 숭례문을 잘 관리하고 보존해 자손만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문화재의 생명력은 시간이 만들어주며, 문화재의 주인 또한 우리가 아닌 후손들이다. 숭례문은 이번에 첨단방재시설까지 갖추었지만, 아직도 훼손 위험에 놓인 문화재들이 한 둘이 아니다. 사소한 부주의와 방심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지 복구된 숭례문에 남아있는 검게 그을린 나무기둥을 볼 때마다 모두 되새겨야 할 것이다. 두 번 다시 하루아침에 수백 년 역사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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