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료 원어민 강사에 “성폭행 범으로 수배중”털어놓기도
미국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후 한국으로 도피해 9년 동안 원어민 강사로 활동하던 미국인이 경찰에 붙잡혀 추방됐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에서 수 차례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수배된 미국인 A(44)씨를 3일 미국으로 강제 추방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3년 8~10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자신의 친척인 B양을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현지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자 태국 등을 경유해 2004년 6월 한국에 입국한 혐의다.
A씨는 무려 9년 동안 전북 소재 초등학교 및 어학원 등에서 강의를 진행했으며 수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와 해외를 오갔으나 아무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4월 26일 경찰에 붙잡힐 당시에도 미취학 아동으로부터 고등학생까지 공부하고 있는 전북 소재 E 영어전문학원에서 하루 6, 7개의 강의를 하고 있었으며 이전에도 같은 지역의 초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수업을 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동료 원어민 강사들에게 사석에서 “성폭행 범으로 수배 중”이라고 수 차례 말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미취업 상태에서 한국 체류기간이 늘어 날 경우 비자가 빨리 만료된다는 점을 알고 고용계약이 종료 되면 재취업 전까지 중국이나 필리핀 등으로 1~3일씩 총 13차례나 출국했다가 재입국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7월부터 원어민 강사에 대한 자격 조건을 강화하면서 비자(E-2) 신청 시 범죄경력조회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확정판결만 기재되기 때문에 A씨의 경우처럼 수사 중이거나 수배된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A씨는 만료를 앞둔 비자 재발급을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발행하는 범죄경력조회서를 우편으로 수신하는 과정에서 주소지가 드러나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A씨가 12세 이하 아동성폭행 혐의로 미국 경찰에 지명수배 중이라는 점을 근거로 사회질서 및 풍속을 저해하는 외국인에 대해 추방할 수 있다는 출입국 관리법(강제퇴거)을 적용, 강제추방 조치를 취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같이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에 취업한 경우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해외 수사기관 및 출입국 관리소의 협조를 얻어 원어민 강사에 대한 관련 정보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2년 3월 현재 우리나라에 원어민 강사 등에게 발급되는 E-2비자를 통해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은 2만1,000여명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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