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 는 실제와 많이 다르다. 영국 원정대 선장 존 스미스와 사랑에 빠지고, 백인과 인디언간의 전쟁을 막은 평화주의자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포카혼타스가 사랑에 빠진 것은 존 스미스가 아니며, 그녀의 생애는 비극적인 인디언 멸망사를 예고했을 뿐이다. 포카혼타스는 인질로 납치됐다 존 롤프라는 영국인과 결혼해 '레베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으나 스물 두 살에 천연두를 앓다 죽었다. 유럽인들이 옮겨온 천연두는 면역력이 없던 수백만 인디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최악의 질병이었다.
▲ 포카혼타스 이야기의 무대는 북아메리카 최초의 영국 식민지인 제임스타운이다. 영국 왕 제임스 1세의 지원을 받은 원정대는 1607년 버지니아주 동쪽에 도착해 정착촌을 세웠다. 이주민들은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아 정착했으나 선장 존 스미스가 잠시 귀국한 사이 관계가 나빠져 포위되면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6개월 지나 구조대가 왔을 때 300명 중 생존자는 60명에 불과했다.
▲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과학자들이 제임스타운에서 식인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쓰레기 매립장 부지에서 발굴한 400년 전의 소녀 두개골 상처를 분석한 결과, 두개골과 정강이뼈 등에서 살이 인위적으로 분리된 증거를 찾았다. 미국에서 150만부 이상 팔린 의 저자 케네스 데이비스는 "당대 문헌에는 도저히 허기를 참을 수 없었던 주민들이 영국인 무덤이든 인디언 무덤이든 가릴 것 없이 무덤에 가서 시신을 먹은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 미국 역사학자 앨런 와인스타인은 에서 "제임스타운 주민들은 고양이와 개에 이어 쥐까지 잡아먹었고, 말 가죽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떤 이는 시신을 파헤치다 처형됐고, 또 어떤 이는 임신한 아내를 토막 내 소금에 절여 둔 죄로 화형을 당했다"고 적었다. 신대륙 개척시대 정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주인은 인육을 먹는 미개인'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던 유럽 이주민들의 식인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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