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헌법기념일 맞아 개헌 논의 본격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개헌 문제를 7월 참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다루기로 하면서 일본 사회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헌법 제정 66주년을 맞는 3일 헌법기념일을 전후로 보수ㆍ진보 정당과 언론들이 주장을 쏟아내면서 대립 양상마저 일고 있다.
자민당은 2일 담화를 내고 “국민 사이에 헌법 개정을 원하는 기운이 높아지고 있다”며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개헌 정국을 조성할 의지를 확고히 했다. 공명당은 담화를 통해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 1,2항을 모두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향후 논의 과정에서 1999년 이후 지속된 양당의 연립이 분열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언론도 개헌에 대한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朝日)신문은 3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의도대로 개헌 발의 요건이 중ㆍ참의원 과반수 이상으로 완화되면 헌법이 일반 법개정과 다를 바 없어 권력 견제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헌법 9조는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헌법학자인 이시카와 겐지 도쿄대 교수는 아사히 신문 기고에서 “헌법 개정권자인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개정 조건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축구 선수가 (골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프사이드 규칙을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게임에서 이기고 싶다는 이유로 게임의 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게임 자체에 대한 반역”이라고 비판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일본의 개헌 발의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아베 정권의 주장에 대해 “링컨 대통령은 노예 해방을 위해 의석 수 3분의 2 이상으로 돼있는 헌법을 고치지 않고 반대파 의원들을 만나 설득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중요한 것은 개헌 논의의 질과 성숙도이며 구체적인 개헌 내용을 놓고 철저히 당당하게 논의해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개헌 논의의 근저에 일본인의 손으로 헌법을 만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는 만큼 국민이 시대에 맞게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고 극우 산케이(産經) 신문은 “헌법 개정이 자민당, 일본유신회 등의 주도로 참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함에 따라 드디어 일본인의 손으로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반겼다. 여론은 현재 개헌 반대가 우세하지만 찬성 여론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자민당이 추진하는 헌법 개정 내용에 국익을 위해 국민의 권리 행사를 중단할 의무를 명시하는 등 독소 조항이 다수 포함돼있다”며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 세력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