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77)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2일부터 로마 바티칸에서 이웃사촌으로 살기 시작했다. 이들이 생활하는 거처 간의 거리는 도보로 10분. 그러나 전ㆍ현 교황이 교황청에 함께 생활하게 된 유례없는 상황에 교황의 권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임 교황이 성베드로 광장 서쪽의 마테 에클레시아 수도원에 새 거처를 마련했다고 2일 전했다. 2월 28일 사임과 함께 로마 동남쪽 24㎞ 지점에 있는 교황의 여름 별장 카스텔 간돌프에서 생활한 지 약 두 달만이다.
교황은 새 거처에 마중 나와 전임 교황을 환영했다. AP통신은 “교황청이 공식적으로 전ㆍ현 교황의 대화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교황청이 공개한 사진에는 두 사람이 새 거처에서 팔을 낀 채 미소를 짓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황이 3월 23일 카스텔 간돌프를 직접 방문해 전ㆍ현 교황 신분으로 처음 만난 이들은 이날 두 번째 만남 직후 함께 미사를 올렸다. 당시 이들의 첫 만남은 598년 만에 이뤄진 전ㆍ현 교황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가디언은 “교황이 거주하는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와 마테 에클레시아 수도원의 거리는 걸어서 10분”이라고 밝혔다.
평소 검소함이 몸에 밴 교황은 3월 즉위 후 역대 교황의 거주지인 사도 궁전이 아닌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에 자신의 거처를 정했다. 마테 에클레시아 수도원에는 가톨릭 사제인 전임 교황의 친형을 위한 방도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임 교황의 바티칸 재입성은 교황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파가 전임 교황을 부추겨 교황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황의 가톨릭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파가 자연스럽게 전임 교황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청은 “전임 교황이 물러나면서 향후 교황청 업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 만큼 우려할 만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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