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청소부였던 에반 개티스(27ㆍ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이제는 당당히 메이저리그에서 주자들을 쓸어 담는(sweep) 일을 하고 있다.
발렛 파킹, 피자 배달, 청소부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겹게 살아왔던 개티스가 인생 역전 홈런을 쏘아 올리며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티스는 3일(한국시간) 발표한 메이저리그 이달의 선수 부문에서 LA 몬스터 류현진(26)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신인선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올 시즌 개티스의 연봉은 고작 49만달러(약 5억3,9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48만달러)을 겨우 벗어난 수준이다.
195㎝ 105㎏의 큰 체구를 지닌 개티스는 18세에 고향 텍사스주 포르니에서 전도가 유망한 야구 유망주였다. 그러나 명문 텍사스 A&M 대학교 입학 제안을 받고도 약물 검사에 걸릴 것을 우려해 입학을 거부했다. 결국 그는 술과 마리화나에 빠지는 등 끝없는 방황을 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재활 치료 시설에 들어간 개티스는 1년 동안의 치료를 마치고 2006년 오클라호마주 세미놀 주립대에 입학,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한 무릎 부상을 당하며 야구부를 탈퇴해야 했다.
오클라호마를 떠난 개티스는 콜로라도주 볼더시로 가 골프 코스에서 카트 운전과 스키 리프트 작동, 발렛 파킹, 피자 가게 점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살아 남기 위해 건물에서 청소부 일도 했고 자동차 판매까지 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청소부 시절 ID카드를 올려 화제가 됐다)
그러나 끝내 야구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한 개티스는 2010년 텍사스의 한 대학에서 뛰고 있던 이복 형제 드류 켄드릭을 찾아 도움을 청했고, 그 해 타율 4할3리 11홈런을 때려내면서 애틀랜타에 23순위로 지명 받았다.
2010년 마이너리그 루키부터 시작한 개티스는 올 해 시범경기에서 3할5푼7리 6홈런 16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비로소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주전 포수 브라이언 매켄의 부상을 틈타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개티스는 특히 지난달 4일 빅리그 데뷔 경기였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TV 아나운서가 개티스의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있던 순간 상대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에게 드라마틱한 데뷔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올 시즌 23경기에 나가 2할5푼3리 6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개티스의 활약에 힘입어 애틀랜타는 현재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17승11패)의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개티스는 길었던 터널을 벗어나 인생 2막을 써내려 가고 있다. 그는 꿈을 묻는 질문에 "힘들게 돌아왔지만 이제 찾았다. 야구가 내 꿈이자 모든 것이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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