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와 은혜 쌍둥이는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분만실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작아도 너무 작았다. 임신 21주 5일(152일)만에 태어나 체중이 각각 490g밖에 되지 않았다. 엄마 뱃속에서 있어야 할 기간이 정상 아기의 절반밖에 되지 않은 터라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혼자 힘으로는 숨도 쉬지 못했다.
의학계에서는 임신 23주를 생존 한계로 본다. 이보다 빨리 태어난 아기는 장기가 다 자라지 않아 살 확률이 극히 낮다. 그래도 살려야 했다. 결혼 13년째, 인공수정 네 번 만에 어렵게 얻은 아기였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아기들과 의료진의 생사를 건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선 숨을 제대로 쉬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두 아기는 세상에 너무 일찍 나온 탓에 폐가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폐 계면활성제를 투여하고 폐가 펴지는 데 도움을 주는 특수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하지만 오빠는 두 달 만에 힘겨운 숨을 거뒀다. 은혜는 좀더 강했다. 작은 몸으로 미숙아 망막증(망막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질환) 수술을 비롯해 각종 치료를 견뎌냈다. 젖을 빨 힘이 없어 코에 꽂은 튜브로 젖을 받아먹으면서도 무럭무럭 자랐다.
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 무렵인 올해 3월 말, 은혜의 체중은 4.5㎏이 됐다. 정상적으로 임신 40주 만에 태어났다면 생후 두 달에 해당하니 다른 아이들과 견줘도 크게 빠질 것이 없었다. 드디어 은혜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은혜는 임신 152일 만에 태어나 생존한 세계 세 번째 아기로 기록됐다. 이보다 더 일찍 태어난 아기를 살려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은혜의 치료를 맡았던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는 "이렇게 일찍 태어난 아기를 잘 살려냈다는 건 의학적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앞으로 태어날 조산아 부모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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