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간 바둑을 소재로 한 소설과 다큐멘터리, 만화까지 다양하게 만들어 봤는데 바둑 보급을 위해서는 동화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어린이들에게 바둑이 재미있게 다가가야지요. 단순히 바둑의 테크닉만 가르치기보다는 바둑과 관련한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면 가슴 속에 여운이 오래 남지 않을까요."
바둑동네에 소문난 이야기꾼 김종서(53)가 장편 바둑동화 (현현각양지 발행)를 냈다.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에 어느 날 이상한 노인이 찾아오면서 섬 전체에 바둑 열풍이 분다.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은퇴한 바둑 고수였다. 마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겪으며, 아이들은 물론 모든 섬 주민들이 바둑을 배우게 된다. 결국 바둑을 매개체로 섬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고 드디어 마라도 분교에서 바둑 천재가 탄생한다'는 줄거리다.
외딴 섬 등대를 지키는 아버지와 딸, 해녀 할망과 바보 손자, 스님과 신부님의 바둑 대결, 아토피를 앓는 바둑 천재와 그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스승의 이야기가 마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펼쳐진다.
김종서는 섬의 바둑천재가 이세돌을 모델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그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수집한 바둑 관련 이야기들 중에서 추자도에서 서울로 바둑유학 온 세 자매 이야기와 이세돌을 배출한 비금도 바둑캠프에서 만났던 섬 소년들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아 이번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화의 배경인 마라도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반해 평소 자주 찾는다"며 "아직 마라도에는 바둑을 두는 어린이들이 없지만 앞으로 바둑이 꾸준한 노력으로 어린이들에게 다가간다면 마라도는 물론 한반도 전체가 반드시 바둑 천국으로 바뀔 것이라는 간절한 희망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드문 바둑소설 전문작가인 김종서는 바둑황제 조훈현이 외삼촌이니 영락없는 천생 바둑꾼이다. 그동안 '승부사', '낭만기객', '밥', '19로의 유목민' 등의 바둑소설을 인터넷바둑사이트 타이젬에 장기 연재했고, 만화 '바둑 삼국지' 원작을 집필하고 바둑황제 평전인 '전신 조훈현'을 출간했으니 바둑을 콘텐츠로 하는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한 셈이다. 그는 "그동안 수집한 바둑 콘텐츠들을 정리해 바둑동화를 시리즈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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