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계가 '엔저'를 등에 업고 펼친 공세에도 불구하고 현대ㆍ기아차가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올해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2일 미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판매실적 집계 결과 현대차가 6만3,315대, 기아차 4만7,556대 등 총 11만871대를 판매해 미국 시장점유율 8.6%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점유율(9.3%)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엔저 여파로 12월 7.3%까지 떨어진 점유율을 감안하면 완연한 회복세다. 현대ㆍ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일본차의 물량공세로 1월에 7.7%까지 급락했지만 2월 7.9%, 3월 8.1%로 점차 개선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는 현지 제작물량이 대부분이어서 엔저의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제일 많은 차를 판 곳은 GM으로 23만7,646대로, 현대차는 포드(21만1,984대), 도요타(17만6,160대), 크라이슬러(15만6,698대), 혼다(13만999대)에 이어 6위에 올랐다.
우선 '엔저 공세 속 선방'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대세다. 일본 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면서 누린 반사이익이라는 것이다. 실제 도요타의 지난달 판매량은 예상과 달리 지난해 동기 대비 1% 감소했고 시장점유율 역시 13.7%로 1.3% 포인트 줄었다. 혼다 판매는 7%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1% 포인트 감소했고 마쓰다의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각각 7%포인트, 0.3% 포인트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엔화약세를 기회로 공세를 퍼붓던 일본 자동차 판매가 4월에 다소 주춤해졌다"며 "일시적 물량부족 때문으로 보이는 만큼 현대ㆍ기아차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시장에서 7, 9위 업체인 닛산과 스바루도 지난달 판매량을 각각 6%, 23%씩 늘리면서 맹추격 중이다.
위협 요인은 또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은 지난달 판매신장률에서 모두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미국 차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 포드는 판매가 18%나 늘었고, GM과 크라이슬러는 11%씩 성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 3사 점유율 합계도 45.1%에서 47.2%로 높아졌다.
지난달 현대ㆍ기아차의 미국시장 실적 주역은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와 K5(옵티마). 엘란트라는 지난달 2만1,402대가 팔렸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37.2% 늘어난 수치다.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주력 상품으로 삼는 중형 승용차 옵티마도 1만4,678대가 팔리며 17개월 연속 월간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이 역시 작년 4월 실적과 비하면 33.2%나 늘어난 것이다. 쏘나타도 1만6,77대가 팔려 꾸준한 성적을 냈고 새로 투입한 신형 싼타페 역시 9.8%의 판매증가율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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