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라이프 스타일 따라 개인별 맞춤형 공간 설계육아·영화 관람 등 공용공간선 공동체 생활국내 뿌리 내릴지는 미지수비용 부담 크고 매매도 어려워 재테크 수단으론 안 맞아
"엄마 다녀올게요."
토요일 오후, 신소윤(39)씨는 집을 나서는 일곱 살 딸을 이웃 손에 맡기고 잠시나마 고단한 육아에서 벗어났다. 4층 건물에 모인 아이들은 신씨 딸을 비롯해 8가구 9명이다. 신씨네 건물에선 부모들이 돌아가며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에 나선다. 신씨는 아이가 산책에서 돌아올 때까지 밀린 빨래를 하고, 책도 읽는다.
주민들은 종종 2층 공용공간에 모여 밥도 해먹고 영화도 본다. 아이들은 공용공간 바깥에 설치된 모래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마루가 깔린 건물 복도를 맨발로 뛰어다닌다. 자리만 차지하는 신발은 모두 1층 공용현관에 모았다. 내 맘대로 만든 집,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의 코하우징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소행주) 2호'의 주말 풍경이다.
코하우징(Co-Housing)은 입주자들이 사생활을 누리면서도 공용공간에선 공동체생활을 하는 협동주거 형태다. 보통 30가구 안팎의 입주자들이 마을이나 연립주택에 모여 산다. 입주자들은 코하우징건축 전문업체를 통해 각자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주택과 공용공간을 설계한다. 유럽 미국 일본에선 이미 30년 전부터 주거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역시 인구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면서 코하우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소행주 3호가 9월 입주 예정이고, 서울시가 도봉구 방학동에 추진 중인 두레주택도 최근 입주자 모집을 마쳤다. 충남 아산시의 '올챙이 마을'은 입주자 90%를 모집했다. 현재 전국에 5곳의 코하우징이 있고, 3개 업체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소행주 1, 2호를 찾아 "소행주가 서울시 주거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하우징이 국내에 쉽게 뿌리내릴지는 미지수다. 이사가 잦고,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국내 주거문화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비용부담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코하우징은 맞춤형으로 짓는데다 공용공간도 있어 전용면적에 비해 분양가가 높다. 지난해 7월 입주한 소행주 2호의 경우 전용면적 29.7㎡ 가구의 분양가는 1억9,000만원. 비슷한 시기에 지은 인근의 전용면적 42.9㎡ 다가구주택 시세와 비슷하다. 입주자 설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같은 규모 연립주택보다 공사비가 10∼15% 정도 비싸다.
입주자가 분양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업체가 분양대금으로 땅값과 공사비를 대는 구조라 입주자들이 사업 초기에 분양금의 50%를 부담하지만, 집단대출은 꿈도 못 꾼다. 한정운 소행주 기획팀장은 "소행주 입주자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게 초기비용"이라고 했다.
맞춤형 구조 탓에 매매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행주 2호 주민 진주리(30)씨는 "집 구조가 나만의 평면인 대신 환금성은 떨어진다"고 인정했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는 "벌써부터 가족이 늘거나, 직장을 옮기는 경우를 고민하는 입주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코하우징의 가치를 경제적 잣대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용면적은 줄어도 공용주방, 공용창고처럼 함께 쓰는 공간이 있어 가용공간이 넓고, 공동체에 속한 유대감 등 무형의 이득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경옥 충북대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면 코하우징에선 못 산다"면서 "고령층과 1인가구가 늘수록 사생활과 공동체생활을 함께 누리는 코하우징이 확산될 것"이라 주장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