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전국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승차권을 예매하는 서비스가 정부의 어설픈 정책 때문에 중단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터미널협회와 계약을 맺고 인터넷으로 전국 166개 시외버스터미널의 승차권 예매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지인터넷과 SK브로드밴드가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서비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유는 13개월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개발과 위탁 운영을 맡은 이지인터넷 관계자는 "100억원이 넘는 개발비와 운영비가 들어 갔으나 수수료를 전혀 받지 못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월급도 주지 못해 직원들이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도 관련 장비와 초고속 인터넷 회선 등 41억여원을 투자했으나 회수하지 못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이달 중 비용이 지급되지 않으면 각 시외버스 터미널에 제공하는 인터넷 회선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발단은 정부에 있다. 국토교통부 전신인 국토해양부는 2009년 4월 이용자편의 차원에서 승차권 매표 권한이 있는 전국터미널협회를 인터넷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협회는 사업자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자금 여력이 없어 사업 자체를 반대했다. 터미널협회의 김광성 사무국장은 "당시 협회는 돈이 없어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했으나 국토부에서 무조건 하라고 밀어 붙였다"고 말했다.
결국 국토해양부에서 사업자의 재정 상태와 수수료 확보 방안 등 사업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점에 대해 국토교통부도 일부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책임은 국토해양부에 있으나 터미널협회도 준비없이 뛰어들었다"고 해명했다.
급기야 국토교통부는 올해 3월 시외버스 운임을 소폭 인상하면서 터미널협회가 승차권 가격의 0.45%를 인터넷 서비스 수수료로 떼어내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업체들의 모임인 버스연합회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단순 승차권 위탁 매매만 가능한 터미널협회에서 운임을 마음대로 손 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터미널협회나 국토교통부는 버스 운임에서 인터넷 예매 수수료를 강제로 떼어낼 법적 권한이 없다.
여기에 버스연합회는 2010년 따로 사업자를 선정해 이들이 운영권을 갖고 있는 106개 터미널의 인터넷 승차권 예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즉 같은 사업이 이원화된 것이다.
심각한 점은 국토교통부가 이 사안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하고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터미널협회와 버스연합회 양 쪽을 만나서 조정을 하고 있으나 언제 해결될 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정부의 안이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사업이 이원화되고 애꿎은 사업자들과 이용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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