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글로벌호크'(RQ-4 블록30형)의 한국 판매를 승인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정부는 2015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비, 고고도 무인정찰기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글로벌호크의 구매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 정부의 제시 가격이 당초 사업비(4,800억원)를 크게 초과해 실제 도입까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날 "미 정부가 의회로부터 글로벌호크 한국 판매 승인을 얻은 뒤 지난달 중순 우리 측에 구매수락서(LOA)를 보내 와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판매 의향과 더불어 가격, 조건 등이 포함된 LOA는 사실상의 계약서"라고 덧붙였다. 미 의회가 글로벌호크의 해외 판매를 승인한 것은 아시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또 우리 정부가 2005년 12월 미 정부를 상대로 이 무인정찰기를 팔라고 요청한 뒤 8년여 만의 일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 측이 제시한 가격이 미 정부가 지난해 말 의회에 통보한 판매 예상 가격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보다는 적지만 사업비를 20% 이상 초과했다"고 말했다. 구매가가 사업비를 20% 이상 넘으면 사업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업 추진방식 변경 검토에 착수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껏 사실상 글로벌호크 하나였던 고고도 무인정찰기 구매 사업 대상 기종을 확대해 경쟁 입찰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호크를 대체할 기종으로는 미 보잉사의 '팬텀 아이', 미 에어로바이런먼트사의 '글로벌 옵서버'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연내 글로벌호크의 구매를 결정하면 2017년쯤 북한군 동향을 정밀 감시할 수 있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4대를 전력화할 수 있다. 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35시간까지 머물며 지상 30㎝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고 작전 반경이 3,000㎞에 달한다. 그러나 미군조차 운용 횟수를 줄이려 할 정도로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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