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 시절의 유물인 노동영웅 훈장을 22년 만에 부활시켰다. 독재자들의 강력한 집권 시기였던 옛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전략적인 통치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노동절인 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콘스탄티노프스키 궁전에서 옛 소련 시절 수여했던 노동영웅 훈장을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린스키 극장장 등 5명에게 수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수상자에는 첼랴빈스크주 출신 선반공 콘스탄틴 추마노프, 38년 경력의 기계공 유리 코노프, 서시베리아 쿠즈바스 탄광의 광부 블라디미르 멜닉 등이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은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조국에 영광을 가져다 준 이들에게 존경을 표한다”며 “황금 같은 손과 굳은 의지를 가졌으며 조국의 유산이자 자부심”이라고 이들 5명을 칭찬했다.
노동영웅 훈장은 국가를 위해 큰 공적을 세운 인사에게 수여하는 ‘러시아 영웅’과 함께 최고 등급의 국가 훈장으로 꼽힌다. 이오시프 스탈린 체제 당시인 1927년 제정됐으며 1991년 소련 붕괴로 폐지될 때까지 약 2만명이 받았다.
미국의 시사잡지 더 애틀랜틱은 옛 소련 시절 유물을 부활시켜 러시아 통합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푸틴의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푸틴은 첫 집권기인 2000년 옛 소련 시절의 국가(國歌)를 부활시켰고 올해 초에는 옛 소련 시절 모든 학생들의 체육훈련 시험제도였던 체육교육프로그램(GTO)을 다시 시행했다. 볼고그라드의 이름을 옛 소련 지명인 스탈린그라드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최근 나타나고 있다.
푸틴은 지난해부터 옛 소련 국가의 경제연합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을 2015년까지 창설하고 군사동맹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강화하자고 역설하고 있다. 일간 모스크바타임스는 “소련 붕괴 이후 지역 통합의 중요성이 커지자 과거의 향수를 지닌 나이든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향수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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