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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종교, 미래를 말하다] “무작정 개개인 돕기만 하는 사역 한계 이젠 공동체 만드는 생명망 목회 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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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종교, 미래를 말하다] “무작정 개개인 돕기만 하는 사역 한계 이젠 공동체 만드는 생명망 목회 역점”

입력
2013.05.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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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공장 많은 원미구 약대동서 어린이집·도서관·아동센터 설립주민 지역봉사 참여 녹록지 않자 '마을 만들기'로 사역 초점 이동사회적기업·협동조합운동 열심 "다윗처럼 작고 스마트한 교회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은 1980년대 사회변혁을 꿈꾸는 젊은 노동운동가들의 중요한 활동 무대였다. YH 노조지부장을 지낸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도 한때 이곳에 터를 잡고 여성노동운동을 이끌었다. 노동운동이 활발했다는 말은 이 곳에 영세공장이 많다는 이야기다. 입에 풀칠이라도 할 요량으로 타지에서 흘러 들어와 흘러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도 된다. 약대동은 경제성장기의 대표적인 도시 근교 빈민지역이었다.

이곳에 1986년 교회를 세워 지금까지 27년 간 활동해온 목회자가 있다. 이원돈(55) 부천 새롬교회 목사다. 외형으로만 말하면 이 목사의 활동은 목회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고등부 간사로 일하다 빈민지역 조사보고서를 통해 약대동을 알게 된 그는 예수의 갈릴리 선교를 머리 속에 그리며 뛰어든 이곳에서 교회가 아니라 어린이집을 먼저 세웠다. 방치되다시피 한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 보살피는 일을 가장 중요한 선교로 여긴 것이다.

"교회가 의미 있는 사회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KSCF 활동은 밖에서 옳다 그르다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지역으로 내려갈 결심을 했죠. 어린이집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지역과 사귀는 과정이었어요."

목회와 병행해 이 목사 주도로 약대동에는 '약대글방'이라는 작은도서관이 생겼고 공부방 등을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전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선도하는 부천시의 16개 작은도서관의 시작이 이 '약대글방'이다. 60개에 가까운 부천시 지역아동센터의 출발 역시 약대동이었다.

그렇게 10여년 '섬김 사역'으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교회와 주민들이 손잡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자고 손을 내밀 때쯤 그에게 위기가 닥쳤다. "약대동 사람들의 목표가 좀 안정을 찾으면 어서 이 마을을 떠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아니면 가계가 더 파탄 나 여기에서조차 밀려나거나. 10년 지나도 손잡고 활동을 이어갈 사람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때 깨달았죠. 개개인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을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걸."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그는 섬김 사역의 초점을 '마을만들기'에 두었다. 최근에는 거기에 생명살리기와 협동적 삶의 개념을 더했다. 사회적기업 창업과 협동조합운동에 열심인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활동을 뭉뚱그려 그는 "생명망 목회"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한국 개신교는 산업화 사회에 최적화한 교회였습니다. 대량생산, 소비와 함께 대기업이 등장하고 대형교회가 성장한 거죠. 하지만 성장의 시대는 저물고 지금 한국교회는 골리앗처럼 덩치는 크지만 느리고 멍청한 존재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윗처럼 작아도 영향력 있고 스마트한 교회입니다. 마을이 중심이 되어 사람을 돌보고 공동체를 만들며, 참여 개방 연대해 생명의 망을 짜는 세상을 교회가 열어야 한다는 거죠."

노인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락배달, 체조ㆍ한글교실을 운영하는 가족지원센터, 인문학 카페 등 마을살리기 활동을 푸른부천21실천협의회 같은 시민단체, 부천시나 약대동 주민센터 같은 지자체와 함께 끊임없이 구상해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가 지탄 받는 것은 자폐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며 "문을 열고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이 같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영성이 깃든 교회공동체 추구하는 사랑방교회 정태일 목사.

부천=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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