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선경(35ㆍ가명)씨는 출근길에 항상 커피 전문점에 들러 캐러멜 마끼아또를 산다. 점심 식사 후에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김씨는 "아침에 단 음료를 마시면 두뇌회전이 빨라지는 것 같고, 점심에 마시는 커피는 졸음을 쫓아주고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면서 "하루 두 잔 정도면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가 마신 커피의 카페인 함량은 483㎎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1일 섭취 권장량(400㎎)을 한참 넘겼다. 이렇게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골다공증, 위장질환 등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일시적으로 졸음을 막아주고 치매 예방에도 좋다. 또 뇌혈관 확장을 차단해 욱신욱신 쑤시는 편두통 치료에 쓰기도 하고, 기관지를 확장시켜 천식에 효과를 보인다. 갓 볶은 원두커피에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들어 있어 노화를 막아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적당량을 마셨을 때 이야기다. 우리 몸에 들어온 카페인 양이 절반으로 분해되는 5시간 안에 계속 카페인을 쏟아 부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극단적인 이야기이지만 카페인 10g(1만㎎)을 한꺼번에 마시면 그 자리에서 사망할 수도 있다.
카페인 과다 섭취는 일단 뼈 건강에 좋지 않다. 카페인은 소장에서 칼슘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고 이뇨작용을 지나치게 활성화시켜 칼슘이 소변으로 배출되게 한다. 뼈에 칼슘을 비롯한 무기질이 쌓이는 청소년기부터 20대 초반에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키가 제대로 자라지 않거나 뼈가 부실해져 성인이 된 뒤에도 골다공증이 오기 쉽다.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폐경기 여성은 카페인을 더 조심해야 한다. 오전에 커피를 마시기 전이나 저녁에 우유를 마시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위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문정섭 교수팀이 성인 382명에게 커피, 과일주스, 우유를 마시게 한 뒤 속쓰림 증상 유무를 확인한 결과 커피를 마셨을 때 가장 많은 사람이 속쓰림 증상을 호소했다.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커피 대신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찾아보는 게 좋다.
고혈압 환자는 카페인 섭취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성인 132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퍼시픽대 사친 샤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에너지 음료를 1~3캔 마신 뒤 수축기 혈압이 평균 3.5㎜Hg 상승했다. 또 심장 수축과 이완 때 나오는 QRS파와 T파의 간격이 정상보다 10초 가량 늘어나 부정맥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은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에도 적지 않게 들어 있다. 탄산음료 한 캔(250㎖)에 36㎎, 초콜릿 한 개(93g)에 34㎎, 커피맛 아이스크림(150㎖)에 29㎎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국내 카페인 1일 권장량이 단위 체중(㎏) 당 2.5㎎이니 초등 4학년(평균 체중 35㎏)을 예로 들면 하루 권장량은 87.5㎎이다. 하교 길에 친구들과 어울려 커피맛 아이스크림을, 집에 와서 초콜릿과 탄산음료를 먹고 마셨다면 카페인을 무려 99㎎이나 섭취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어린이가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서울ㆍ경기지역 초등학생 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23.4%)이 카페인을 1일 권장량을 넘겨 과다 섭취하고 있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한 어린이들은 불안, 신경과민 등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짜증이 늘어 친구들과 다툼이 잦아지면서 학교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김양현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에 카페인 음료나 커피를 몇 잔 마시는가를 따지기보다 카페인 총 섭취량이 1일 권장량을 넘기지 않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특히 어린이의 경우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이나 카페인에 대한 신체 반응이 예민할 수 있어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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