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의 돌풍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는 노래('바운스')에 세대 간의 장벽도 무너졌다. 조용필 19집 '헬로'는 음반 발매 일주일 만에 판매량 10만장(예약 주문 포함)을 돌파하며 디지털 음원이 주도하는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대중음악전문지 빌보드도 "돌아온 왕이 크게 터트렸다"며 조용필의 활약에 주목했다.
10년 만에 돌아와 가요계를 평정한 가왕의 무시무시한 저력 뒤엔 두 명의 유능한 음반 프로듀서가 있었다. 1969년생 동갑내기 박용찬씨와 박병준씨다. 지난 30일 서울 서초동 YPC프로덕션의 지하 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신드롬에 가까운 이번 앨범의 인기가 "어리둥절할 따름"이라며 웃었다.
가요계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해 온 두 베테랑은 15년지기다. MGR이라는 예명을 쓰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박용찬씨는 1990년대 중반 록 밴드 뮤턴트의 기타리스트로 시작해 이수영 윤종신 박정현 등의 앨범을 지휘했다. 유명 레코딩 엔지니어 겸 프로듀서인 박병준씨는 2005년부터 조용필의 콘서트에서 음향 감독을 맡고 있다.
"2011년 말이었어요. 원래 병준씨가 선생님과 새 앨범을 준비 중이었는데 병준씨 작업실에서 선생님을 소개 받고 나서 저도 합류하게 됐죠. 제게 곡 한 번 써보라고 하셔서 '스케일이 큰 발라드'를 생각했는데 '공연 가능한 밴드 음악'이라고 딱 잘라 말하시더군요."(박용찬)
박병준씨가 쓴 '서툰 바람'과 박용찬씨의 '그리운 것은'이 선택되면서 1년의 긴 여정이 시작됐다. 박용찬씨는 "조용필이라는 큰 이름에 걸맞은 작품이어야 하는지, 타깃은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선생님이 원하는 음악이 어떤 건지 일일이 따지다 보니 선곡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두 사람이 최소한 한 번 이상 검토했던 곡만 700개가 넘는다. 박병준씨도 "잘 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앨범 제작이 본 궤도에 오른 건 외국 곡인 '바운스'와 '헬로'가 추가로 간택되면서부터였다. 박용찬씨는 "평론가들이 이번 앨범에서 아쉬워하는 부분들을 채워줄 만큼 음악적으로 좋은 외국 곡도 많았지만 선생님은 멋 부리지 않고 쉬우면서 모든 계층과 교감할 수 있는 음악을 원했다"고 했다. 외국 곡의 비중이 높은 데다 10대 취향의 댄스 곡도 있어서 일부 스태프에게선 '이렇게 만들면 절대 안 될 것'이란 말도 들었다고 한다.
조용필은 이 같은 우려를 씻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앨범에 공에 공을 들였다. '걷고 싶다'는 50번을 넘게 불러 가장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골랐고, '그리운 것은'의 편곡을 10번 이상 바꿨다. 한 곡의 가사가 20개 이상인 것도 있었다. 국내는 물론 영국 미국 호주 태국의 스튜디오를 오갔고, 영미권의 유명 엔지니어를 기용했다. 지쳐서 정나미가 떨어질 만도 하건만 두 사람은 조용필을 가리켜 "예술적인 욕심이 넘치면서도 인간적으로 존경심이 들게 하는, 소년처럼 순수한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조용필의 다음 앨범도 함께 만든다. 전국 콘서트 투어가 시작되는 여름부터 곡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조용필의 노래들로 채우는 뮤지컬도 준비 중이다. 박용찬씨는 조용필과 같이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분과 일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간만에 진짜로 일한 느낌이 들었어요."(박용찬) "대놓고 칭찬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얼마 전에 '그 동안 다 받아주고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하하"(박병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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