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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아티스트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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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아티스트 류현진

입력
2013.05.0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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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괴물' 류현진(26)이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순항하고 있다. 초반 다소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6경기 37.2이닝을 던져 3승1패 평균자책점 3.35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 기세라면 시즌 전 목표로 삼았던 10승 이상의 성적을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류현진 직구 144㎞의 비밀

지난해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3㎞였다. 경기 초반 140㎞ 초반대의 직구를 던지다 위기의 상황에 닥치게 되면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곤 했다.

많은 이들은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류현진의 직구 구속에 대해 지적했다. 국내와 달리 힘이 좋은 타자들을 상대로 140㎞대 중반의 직구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왔다.

6차례 피칭을 한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89.9마일(약 144㎞)이다. 수치상으론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쉽게 치지 못하고 있다. 1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12개의 삼진 중 7개의 삼진을 직구로 잡아냈다.

송재우 ISPN 해설위원은 타자 몸 쪽에 꽂아 넣을 수 있는 정교한 직구 컨트롤에 높은 점수를 줬다. "빅 리그에서도 몸 쪽으로 자신 있게 직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다"면서 "그만큼 컨트롤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부 투수만이 150㎞대의 광속구를 던질 뿐 빠른 볼을 꾸준히 던지는 투수들은 많지 않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로 봤을 때도 직구 평균 구속은 91.2마일(146.7㎞)에 그친다. 선발 투수로 한정했을 경우에는 이보다 느린 90.7마일(146㎞)이다. 여기에 왼손 투수인 류현진의 직구는 절대 느린 것이 아닌 셈이다.

개막전에서 직구 구속이 88~89마일(141~143㎞)에 머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직구 구속에 대해 "날씨가 따뜻해져 어깨가 더 풀리면 자연스럽게 구속은 지금보다 2~3㎞ 올라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성공 비결로 꼽은 꾸준한 직구 구위

힘이 좋은 타자들이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는 구속보다는 구위가 더욱 중요하다. 올 시즌 류현진은 직구(47.2%), 체인지업(27.2%), 슬라이더(16.5%), 커브(9.2%)의 비율로 적절히 섞어 던지고 있다. 최근 류현진은 결정구로 기존의 체인지업이 아닌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면서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기본적으로 절반 비율인 직구 구위가 바탕이 되어야 변화구가 통할 수 있다.

올 시즌 빅리그에서 처음 뛰는 류현진에게는 직구 최고 구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90마일 초반대의 직구를 얼마만큼 정교하게 꾸준히 구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1일 콜로라도전에서도 6회 90개의 투구수가 지나자 공이 다소 높게 형성돼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송 위원은 "직구 코너워크의 경우 체력과 직결된다. 국내와 달리 162경기를 치러야 하는 류현진의 체력 관리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외모뿐만 아니라 피칭 내용에서 류현진이 가장 닮았다고 이야기가 나오는 데이비드 웰스(은퇴)도 빠른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239승, 3차례 올스타에 선정되며 월드시리즈에서 2번 우승을 차지했던 웰스는 정교한 제구력으로 승부하던 투수였다. 웰스가 19승7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던 2002년의 경우 직구 평균 구속이 88.5마일(142.4㎞)이었다.

신인 같지 않은 신인 류현진

류현진의 최대 장점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올해 유일하게 패했던 볼티모어와의 경기(6이닝 5실점)를 제외하고는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하면서 안정감 있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을 키워냈던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이자 KBO 기술위원장은 "한국에서 던지던 모습 그대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류현진의 초반 성공 비결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7년을 뛰었고 올림픽, WBC등 무수한 국제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특히 마운드 위에서의 포커페이스를 지적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하던 그대로를 유지하되 마운드에서의 운영은 더욱 노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홈런을 맞아도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 하나 없는 것이야말로 류현진의 장점이다"고 밝혔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2006년부터 통산 98승52패 평균자책점 2.80의 성적을 거뒀던 '괴물' 류현진의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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