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강만수(58) 우리카드 감독은 '카리스마가 없다'는 지적에 발끈했다. 그는 카리스마가 '말보다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겠다며 '아시아의 거포'다운 배짱과 포부를 드러냈다.
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우리카드 본사 사옥에서 열린 우리카드 초대 사령탑 기자회견에서 강 감독은 '작전 시간에 말도 별로 없고 선수들의 이름도 헷갈려 한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얼굴이 순하게 생겨서 카리스마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큰 오산이다. 소리 없는 카리스마가 있다"며 목청 높여 항변했다. 2년간 우리카드를 이끌게 된 강 감독은 "작전 시간이 짧기 때문에 길게 말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말을 아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아시아의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훈련 시간에는 그 어떤 감독보다 엄하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을 제압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팬들이 카리스마가 없다고 한다면 눈을 찢거나 가발을 써서라도 강한 인상을 내뿜겠다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1970~80년대 호쾌한 스파이크로 아시아를 주름 잡았던 그는 항상 1인자였다. 하지만 지휘봉을 잡고서는 '2인자의 그늘'에 가렸다. 삼성화재가 출범한 뒤 1997년부터 신치용 감독의 벽을 넘지 못한 것. 그리고 신 감독과 함께 V리그 프로배구에서 정상의 기쁨을 맛본 김호철 감독도 '넘어야 할 산'으로 버티고 있다. 2009년부터 3년간 KEPCO를 이끈 뒤 두 번째로 프로 구단 지휘봉을 잡은 강 감독은 "KEPCO의 사령탑을 맡았을 때는 부담감이 없었다. 전력이 약했기 때문에 끌어올리기만 하면 됐다"며 "하지만 우리카드는 다르다. 우승을 시켜 최고 구단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자로 올라서기 위해 신 감독과 김 감독을 넘어서겠다고 공언했다. "신치용 감독과 김호철 감독은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내가 반드시 뛰어넘겠다." 우승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미 시작됐다. 강 감독은 "1년간 경기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밖에서 사령탑들의 다양한 표정들을 읽는 게 나름 재미가 있었다. 이제 그 '전쟁터'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며 "현대자동차써비스를 맡았을 당시에도 우승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 스트레스 탓에 건강이 안 좋아져 2002년 지휘봉을 놓고 담배까지 끊었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뽑는 게 최우선 과제다. 강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면서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우리는 '몰빵배구'는 하지 않겠다"며 "선수 시절에 '거포'였고 '한방 배구'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지도 철학은 다르다. 공격 패턴의 다양화로 승부수를 띄우고 우리 팀 색깔에 잘 맞는 용병을 뽑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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