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촉진할 방법이 하나 있다. 인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만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한 자격 요건을 철폐하는 것이다. 이런 진입장벽만 없다면, 로스쿨이 지금처럼 높은 등록금을 책정할 수 없을 것이다.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한 대가로 받던 고액의 등록금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된 (미래인)가 제시한 해결책을 국내 사정을 감안해 살짝 다듬은 내용이다.
▲ 브라이언 타마나하 미 워싱턴대 로스쿨 교수의 내부고발이자 양심선언이랄 수 있는 주장이 국내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다. 법조계와 대학,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사법시험 존치론'등과 주장의 뼈대가 거의 같다. 논란 끝에 2009학년도에 도입돼 이제 겨우 두 차례 졸업생을 배출한 마당에 벌써부터 수정 논의가 잇따르는 것만으로도 국내 로스쿨 문제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미 압축적으로, 충분하게 드러난 셈이다.
▲ 반면 로스쿨 제도의 일부 수정ㆍ보완조차 용납할 수 없다는 반발의 논거는 날로 약해지고 있다. 적잖은 학생들이 이미 학부에서 채무를 안은 상황에서 '로스쿨 3년'의 기회비용까지 합친 '손실'은 장학금으로 채울 수 없다. 더욱이 로스쿨 운영의 '누적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아울러 '고시 낭인'은 로스쿨 제도도 예정한 문제다. 처음 20%의 탈락자만 '자격시험 낭인'이 되지만, 오래지 않아 전체 응시자의 절반이 그렇게 될 처지다.
▲ 완벽한 제도란 없다. 사법시험이 2016년을 끝으로 막을 내리기 전에 로스쿨을 거치지 않더라도 변호사 자격을 얻을 다른 통로는 어떻게든 열어 둘 필요가 있다. 사관학교를 두고도 학사장교, ROTC 등의 다른 통로로 장교가 될 길을 열어 둔 것이 좋은 예다. 그래야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기회를 박탈 당한 사람들에게 재도전의 장을 제공하고, 다양한 출신의 경쟁을 자극해 자질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열린 사회라면 이런 기초적 요구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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