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이 2일 탈당을 결행하면서 호남발(發) 정계개편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회 입성 이후 '안철수 신당'의 현실화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 시기인데다, 강 의원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전북 남원ㆍ순창) 출신이란 점에서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구에 진보정의당 당원이 존재하지 않아 지역위원회조차 없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를 단 한 사람도 내세울 수 없다"며 "탈당을 조언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집단적으로 강권하는 지역민심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신당과 무관하게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무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강 의원이 지역민심을 탈당 이유로 들면서도 호남의 맹주인 민주통합당을 선택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호남에선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지르는 등 민심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계파 싸움에 매몰되면서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 의원이 당분간 무소속으로 지내다가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할 때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강 의원의 탈당이 당장의 정계개편이나 '안철수 신당' 창당의 기폭제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안 의원 측부터 강 의원 탈당과 관련해 "사전 교감이 없었다"며 신당 창당과 연계한 해석에 극도의 경계감을 보였다. 안 의원이 의정활동을 통해 '새 정치'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전에 자칫 '의원 빼가기'식의 세력화를 도모한다는 오해를 살까 싶어서다.
안 의원 측 핵심관계자는 "호남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기대가 큰 만큼 세력화 작업을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창당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중동(靜中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주변에선 일단 10월 재보선까지는 인재 발굴과 영입을 통해 '맨 파워'를 갖추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를 위해 이달 말쯤 지난해 대선 당시 정책을 총괄했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주축으로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안 의원이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전후해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대선 당시 조직한 지역포럼 관계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에서부터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일전(一戰)을 벌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도부가 강 의원의 탈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민주당 내부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우리는 안 의원을 적군이 아닌 아군이자 외연 확대로 생각한다"면서도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들어 민주당을 뿌리째 가져가면 공멸하는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강 의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의 안철수 신당행(行) 가능성을 서둘러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호남권의 한 초선의원은 "강 의원의 탈당 이유 중 하나가 지역구 사정이었는데 솔직히 우리 지역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지금처럼 상대방 비난에 열을 올린다면 당권을 누가 잡든 호남민심은 결국 떠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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