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전기스쿠터인 '세그웨이'가 경주 보문단지에 상륙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미 '사고뭉치'로 전락한 사륜오토바이(ATV)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
경주시 보문단지 내 ATV 대여업자 등에 따르면 ATV운행에 대한 규제 강화로 영업환경이 악화하자 친환경교통수단으로 알려진 '세그웨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업자들이 대여업자들에게 ATV 대체용으로 영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자들은 "전기모터로 달리기 때문에 면허증이 없어도 된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정보를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자들이 추천하는 기종은 국내 시판가가 1,300만~1,500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오리지널 세그웨이 대신 500만원 전후의 유사품이다.
세그웨이가 보문단지를 노리는 것은 단지 내 300여대의 ATV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경찰이 행락철에는 단지 내 도로 주행을 원천적으로 막는 등 단속을 강화한 때문이다.
세그웨이는 2001년 미국에서 개발된 1인용 전기스쿠터로,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2개의 바퀴로 달리는 친환경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그웨이사 대표가 세그웨이를 타고 가다 절벽에서 추락사하는 등 안전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상태다.
이 때문에 보문단지에서 초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세그웨이 대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용 경험자들에 따르면 어른이 세그웨이를 어느 정도 탈수 있으려면 30~40분 이상 실전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빌려 타는 관광객들이 30~40분씩이나 걸리는 교육을 받을지 의문이다. 업자들도 한 대에 500만원 가량 하는 투자비 회수가 시급한데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가 필수지만, ATV나 오토바이 면허는 있어도 세그웨이 운전면허가 없는 것도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ATV나 전기스쿠터, 세그웨이 등은 모두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도로를 주행하려면 반드시 면허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인도로 가면 불법"이라며 "ATV도 문제가 돼 뒤늦게 별도의 면허가 생겼지만, 세그웨이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면허가 따로 생기더라도, 자동차운전면허로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을 금지할 경우 매니아급이 아니라면 누가 잠깐의 레저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연습을 하고 면허를 따려 하겠냐"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최고 시속이 19㎞ 정도에 불과해 차도 주행은 위험하기 짝이 없고, 인도 주행시 사고라도 내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직 경주경찰서 교통계장은 "세그웨이는 관련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보험가입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운전면허 등 관련 법규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고, 동시에 교통수단인지 레저용인지 성격을 분명히 하는 한편 자전거전용도로처럼 시설을 확충해야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관광공사 최정일 단지관리팀장은 "최근 사륜오토바이에 대한 단지 내 통행제한을 발표한 시점에서 변종 원동기의 입점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교통법규상 문제가 있으면 공사 차원에서 차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