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은 "어떤 헤지펀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수익률을 넘긴 힘들다"고 단언한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폴 새뮤얼슨도 "투자자가 이익을 보장해줄 펀드매니저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 최고 경제 전문가들이 펀드메니저가 적극적으로 투자종목을 선정하는 액티브펀드를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점 더 금융시장의 정보 공유속도가 빨라지고 투명화되면서 특정 펀드 매니저가 초과수익을 장기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시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대신 시장지수에 수동적으로 연동하는 인덱스펀드가 펀드시장의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중인 액티브펀드(일반주식)는 지난달 현재 1,374개로, 이들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2.87%에 그쳤다. 2년 수익률은 -18.62%로 더 부진했다. 각 증권사를 대표하는 펀드매니저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종목들에 연동한 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에도 뒤진 것이다. 3년과 5년 수익률 조차도 각각 7.00%, 5.78%에 불과했다.
반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214개 인덱스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4.35%였으나 3년 수익률은 11.91%로 액티브펀드를 앞질렀다. 1년 수익률을 제외한 모든 기간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장기간으로 갈수록 수익률 격차는 더욱 벌어져 5년간 투자했을 때 평균 수익률이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인덱스펀드의 성과가 좋았다. 인덱스펀드는 액티브펀드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점을 앞세워 왔으나, 장기투자 수익성에서도 액티브펀드를 앞선 것이다. 여기에 투자수수료도 인덱스펀드가 훨씬 저렴하다.
수익률이 저조하자 국내 펀드시장을 대표하던 액티브펀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액티브는 2012년부터 자금이 빠져나고 있는 반면 인덱스는 꾸준하게 투자가 증가하면서, 2010년 말까지만 해도 인덱스펀드는 액티브펀드의 9.5% 규모에 불과했으나 올해 17%까지 격차를 좁혔다. 올해 4월까지 인덱스펀드로 유입된 투자금은 540억원인 반면 액티브펀드에서는 2조1,262억원이 빠져나갔다. 이태호 한국채권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정보가 투명한 선진 시장일수록 펀드매니저가 시장을 이기기 점점 어려워져 최근 많은 액티브펀드가 지수를 하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인덱스펀드는 액티브에 비해 투자수수료가 많게는 10분의 1수준으로 저렴해 증시 침체기에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인덱스펀드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시장 상승기에 고수익을 못 올리는 것에 대한 보완책도 속속 마련되는 등 상품이 다양화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송은나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지수 움직임을 두 배로 적용하거나 배당수익, 주식대차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등장하며 인덱스펀드도 시장 상승기에 대비하고 있다"며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려면 우선 수수료가 얼마나 저렴한지 비교하고, 그 동안 수익률이 안정적인 지와 투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펀드인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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