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공매도 투자에 나선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영국의 바클레이스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중국인의 '금 사랑'에 손해를 보게 됐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에 빗대 '중국 큰엄마'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지난달 전세계 기관 투자가들은 온스 당 1,600달러를 웃돌던 금값이 1,400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1,10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으며 공매도 공세에 나섰다. 공매도란 해당 주식이나 상품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매도 주문을 낸 뒤 실제로 이를 결제할 때 더 싸진 주식이나 상품을 사 결제하는 방식이다. 해당 주식이나 상품의 가력 하락 가능성이 클 때 차익을 노릴 수 있지만 이런 공매도가 많을 경우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기관 투자가들의 공매도 작전이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 큰엄마'란 복병이 등장, 판세를 바꿨다. 금값이 하락하자 '중국 큰엄마'들은 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금은방으로 몰려 가 금을 사들였다. 중국인은 평소 워낙 금을 좋아하는데다 자녀 결혼식 때 쓸 금을 미리 사 두면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 금은방은 이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꺼번에 수 ㎏을 사는 사람도 비일비재했다. 중국지성(中國之聲)은 '중국 큰엄마'들이 지난달 이렇게 사들인 금이 300톤 금액으로는 1,000억위안(약 18조원)에 이른다고 1일 전했다. 금값이 반등하자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4일 결국 금 공매도를 중단했다. 세계 유수의 기관투자가가 '중국 큰엄마'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노동절 연휴를 맞아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금 사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는 주로 명품을 사들였던 중국 본토 관광객이 올해는 홍콩 전역의 금은방을 돌며 금 덩어리나 금팔찌, 금목걸이 등을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은방은 "한번에 20만 홍콩달러(약 2,840만원)어치의 금을 사 간 고객도 있다"며 "매출액이 평소의 6,7배"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는 금값이 더 떨어질 경우 중국인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아직 승패를 얘기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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