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한 50대 여성이 서울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여성은 이미 윗옷과 신발, 주민등록증만 남겨둔 채 사라진 뒤였다. 경찰은 대대적으로 수색을 벌였지만 이 여성을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매년 한강 다리에서의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각종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다리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지만 긴급상황에서는 이 역시 무용지물이다. 다리 위에서의 이상징후를 감지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도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강 다리 20여 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난사고 발생시 구조대가 3분 이내에 출동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난사고 발생 후 3분은 구조의 성패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으로, 이 시간을 넘기면 사실상 제대로 된 인명구조 작업이 불가능하다.
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제출한 '한강교량 투신사고 방지시스템 구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강 다리에서 투신사고가 접수된 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분을 넘기지 않는 지역(중형보트 기준)은 한강 다리 25곳 가운데 양화대교~한강철교, 성수대교~청담대교 사이 11개 교량 뿐이었다. 또 구조정의 경우 3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은 서강ㆍ영동대교 단 두 곳에 불과했다. 특히 잠실수중보 상류지역의 경우 해상이동이 불가능해 사고 발생시 육상구조대가 출동해야 하는데, 출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50분이나 됐다.
수난사고의 경우 구조대가 얼마나 빨리 현장에 도착하느냐가 구조자 생존여부를 결정짓는 관건인데, 일반적으로 사고발생 후 5분 이내에 구조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량 투신사고자 생존율은 2006년 40.6%에서 2011년 28.6%로 갈수록 낮아졌고, 반대로 같은 기간 사망률은 38.1%에서 48.5%로 치솟았다. 한강 다리에서 투신하는 사람의 숫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문제여서, 한강교량 투신사고는 2003년 57건이었으나 2011년 196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틀에 한번 꼴로 사고가 발생하는 데도 구조체계는 여전히 부실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어 결국 희생자만 늘고 있는 것이다.
구조대의 출동이 더딘 이유는 한강 주변 40여㎞가 넘는 긴 구간 전체를 여의도와 광진 단 2곳의 수난구조대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등포 수난구조대는 강서구 개화동에서 반포대교까지 22.1㎞ 구간을, 광진 수난구조대는 반포대교에서 강동구 강일동까지 19.4㎞를 관할한다. 구조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각 수난구조대별로 22명이 3교대로 근무하는 탓에 늘 구조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사연은 평가했다.
서울시는 보사연의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올해 말까지 반포 수난구조대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2곳 수난 구조대의 인력과 장비 등도 확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초 투신자살 예방을 위해 마포ㆍ서강대교에 시범 설치한 지능형 영상검지 폐쇄회로(CC)TV 운영 성과를 분석, 향후 25개 교량 모두에 이를 설치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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