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에 관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태도는 180도 다르다. 이명박정부는 시작부터 자원외교에 총력 드라이브를 건 반면, 박근혜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다는 인상을 줄 만큼 신중하다. 박근혜정부가 이렇게 시큰둥한 이유는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가 남긴 후유증에 대한 반작용 성격이 짙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명박정부는 초대 한승수 총리를 '자원외교 총리'로 명명했을 만큼, 해외자원확보에 적극적이었다. 한 전 총리는 수시로 해외순방에 나섰고, 외교특사단도 수시로 꾸려졌다. 2008년~2011년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 등 관련 공기업에 투입한 예산은 무려 5조원이 넘는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원전쟁에 우리나라가 뒤늦게나마 관심을 갖고 합류하게 된 건 이명박정부의 성과. 하지만 해외자원 개발이 '정권치적 쌓기'로 변질됐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꼼꼼한 사업성 검토는 뒷전이었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치중한 결과 무리한 추진이 잇따랐다.
실제로 이명박정부는 대통령 취임 전부터 자원외교의 '성과'를 내놓는 데 바빴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2008년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조원짜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따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후 탐사과정에 4,400억원이나 투입했음에도 원유나 가스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결국 석유공사는 5개 광구 가운데 2곳의 지분을 반납해야 했다. 지난달 나머지 광구 중 1곳에서 원유가 발견돼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전체 매장량이 파악되지 않은 데다, 애초 계획보다 사업 규모가 절반으로 축소되는 등 우여곡절은 계속되고 있다.
2009년 3월 이 전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 정부는 리아우 화력발전소 및 유연탄 개발사업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사업은 수개월 전 이미 한국중부발전이 사업성 검토 후 접은 것이었다. 이름만 바꿔 양해각서(MOU)를 급조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체결된 자원개발 MOU는 총 71건으로, 이 중 본 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폐기되거나 여전히 협의 중인 상태다.
이명박정부 자원외교의 또 하나 문제점은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정권실세들이 너무 주도했다는 점. 권력 핵심부가 전면에 나서다 보니 관련부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자원보유국과 협상테이블에서도 '무게'가 실려 성과를 낸 것은 어느 정도 사실. 하지만 외교가 시스템 아닌 개인에 의해 움직인 결과, 당사자들이 사라지면 사업의 동력이 함께 떨어지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명박정부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히는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이 그런 경우다. 이상득 전 의원이 직접 나서 볼리비아 권력층을 설득한 결과, 일본과 중국 등을 제치고 사업에 참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가 사라지자 프로젝트도 원점을 맴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엔 리튬광산 개발로 출발했지만 볼리비아 정부가 '외국기업에 리튬 채굴권을 팔지 않겠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리튬 배터리사업으로 쪼그라들었고 현재는 뚜렷한 진전 없이 사업성 검토 단계에서 멈춰서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자주개발률은 이명박정부를 거치며 대폭 높아졌다. 석유ㆍ가스의 경우 2008년 5.7%에서 2011년 13.7%로, 광물은 같은 기간 23.1%에서 29.0%로 각각 상승했다. 에너지 의존도가 96%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선 비약적인 성장인 셈.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정부가 형식적으로만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데 치중했고 비상시에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자원 물량을 확보하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외교는 시스템에 의해 진행돼야 하며 전 정권이 남긴 문제점은 고쳐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개선할 것은 개선하더라도 자원외교가 중단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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