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대기업 임원이 "라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항공사 여성 승무원을 잡지로 때려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미국에서는 기내 음료수 서비스를 두고 유명 기업 임원과 승무원간 소송전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유명 생명공학업체 지넨테크의 임원 샐배토어 베비비노(52)는 지난 해 4월28일 필라델피아를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버진아메리카 항공기에서 승무원 호출 버튼을 누른 뒤 승무원에게 음료수를 갖다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승무원은 "음료수 주문은 앞사람 좌석 뒤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메뉴 시스템으로 해달라"고 안내한 뒤 돌아갔다. 이에 베비비노는 다시 승무원을 호출해 같은 요구를 했다. 승무원들에 따르면 베비비노는 터치스크린 사용을 거절하면서 "내 시간은 소중하다. 너(승무원)는 서비스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라고 소리쳤다. 이어 곧바로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외설적인 욕설을 하고, 화장실 변기물도 내리지 않고 문을 열어놓았다.
항공기 조종사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과 연방수사국(FBI)에 베비비노를 신고했고, 그는 공항 도착 후 구금돼 조사 받았다. 당국은 "(형사적 문제라기보다는) 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로 판단, 그를 풀어줬다.
1년이 지난 지난달 27일 베비비노는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버진아메리카 항공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무고 등 혐의로 50만달러(약 5억5,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장에서 "세 번째 호출 끝에 '회사에 정식으로 불만을 접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에야 음료수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며 "그 후 나머지 시간은 노트북으로 회사 일을 했을 뿐 승무원과 별 마찰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종사의 허위 신고로 FBI 조사를 받아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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