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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환경·임금 개선” 동남아 곳곳 피맺힌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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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환경·임금 개선” 동남아 곳곳 피맺힌 절규

입력
2013.05.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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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제와 여동생이 모두 죽었다. 그들의 피가 더 이상 헛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달 24일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 참사로 가족을 잃은 한 시위자가 1일 수도 다카 시내 한복판에서 확성기로 외쳤다. 세계 노동절 123주년인 이날 방글라데시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항의 시위가 열렸다. 의류 공장 붕괴 참사에 따른 사망자가 400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에 다카에서는 노동자 2만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붕괴 사고 당시 건물에서는 5개 의류 공장 소속 노동자 3,10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방글라데시 시위대는 노동 환경 개선과 무너진 의류 공장 건물주 사형을 요구했다. 고등법원은 지난달 30일 사고 공장 건물 주인 소헬 라나 등의 부동산과 자산을 압류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을 착취해 값싼 의류를 수입해왔다는 비판에 직면한 유럽연합(EU)은 방글라데시 공장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역 제재를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처럼 값싼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시달리는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도 노동절 시위가 진행됐다. 월 최저임금이 150달러에도 못 미치는 캄보디아 공장 노동자들은 이날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에서도 수십만명의 노동자가 시위에 동참했다. 이들은 하루 11달러 수준의 최저임금을 14달러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AFP통신은 “동남아 각지에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대가 모였는데 이는 그간의 터무니없는 임금과 위험천만한 노동환경 등에 대한 분노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높은 실업률 등 재정위기로 고통 받는 유럽에서도 시위가 잇따랐다. 그리스 노조연합은 아테네에서 대규모 노동절 집회를 열고 2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고 병원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실업률이 27%에 달한 스페인에서는 80개 도시에서 긴축 정책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터키 수도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서도 수만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경기 침체로 고통 받는 유럽 거리 곳곳에서 절망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최대 7만여명의 인파가 집결해 시위했다. 홍콩에서는 2,600여명의 항만 노동자가 15년간 임금이 한번밖에 인상되지 않았다며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미국, 칠레, 일본, 중국 등에서도 수십만명의 노동자가 거리 시위에 동참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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