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아직은 실낱 같은 희망이지만, 북측의 통행제한과 이에 대응한 남측의 근로자 철수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듯하던 때와는 적잖이 다른 분위기다.
희망의 첫 근거는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을 비롯한 남측 잔류 인원 7명의 근황이다. 이들은 북측과 3월분 미지급 임금과 세금의 정산 문제, 공단 내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문제 등을 협의해 왔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어제 "남북합의를 존중하는 자세를 몸으로 보여주기 위해 업무를 마무리하려고 남은 것으로서 인질 성격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과의 실무협의가 느리기는 하지만 조금씩 진전되고 있어, 당장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남으로 귀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의 언급은 이들의 신변안전과 의사소통 채널이 보장돼 있음은 물론이고, 이들을 통해 북측 당국과의 비공식 간접대화도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적 대화 채널의 전면 단절을 피할 수 있게 된 것만도 남북 모두에 다행이다.
여야가 입을 모아 개성공단에 대한 급수ㆍ송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급수와 송전은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당내 일부의 단전ㆍ단수 주장에 분명히 반대한 것과 함께 남측의 선의가 전해질 만하다.
김 통일부 대변인이 "우리 정부는 여러 차례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밝혔다"며 "대화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 데서도 개성공단 문제가 진행형이라는 정부 인식이 묻어난다. 북 언론의 잇따른 대남 비난도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뜻만 빼고 보면 최소한 스스로 개성공단의 완전폐쇄로 치닫지 않을 것임을 드러낸다. 북측이 그 동안 남북 군사긴장의 최대 이유로 내걸었던 한미 독수리 훈련이 끝난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북측이 먼저 통행제한 해제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최후의 7인'이 오래도록 개성공단에 머물기도 어려워 남은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그럴수록 마지막 희망을 살려나갈 남북 모두의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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