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달 30일 출간된 에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에서 플루토늄이 유실된 사건이 소개됐다. 책은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히말라야에 아직 플루토늄이 묻혀 있어 인도의 젖줄인 갠지스강까지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5년 중국이 핵실험 성공 1년 만에 핵미사일 실험에 나서자 미국은 비상이 걸렸다. 소련에 이어 중국마저 실질적 위협이 될 중대사안이었다.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이 중국의 핵미사일 능력 파악에 나섰지만 당시는 첩보위성이 없던 시절. CIA는 인접국 파키스탄의 반대로 첩보기도 띄우지 못하자 지상에 신호감지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적격인 장소는 중국의 미사일 실험을 내려다볼 수 있는 히말라야의 고봉. 당시 중국은 히말라야에서 수백㎞ 떨어진 신장(新疆)성의 비밀기지에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은 인도와 중국의 국경지대에 걸쳐 있어 감지장치가 중국에 발각될 위험이 컸다. 대신 인도 북부에 위치한 7,817m 높이의 고봉인 난다데비 산이 선정됐다. 그 때까지도 감지장치에 악천후에서도 작동하도록 플루토늄 핵동력 장치(SNAP)를 내장한 것이 문제가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공군참모총장인 커티스 르메이는 2년 전 에베레스트 정상을 처음 밟은 미국 등정팀을 찾아 감지장치 설치 비밀작전인 '블루마운틴'을 맡겼다. 하지만 겨울등정에 따른 폭설과 산소 부족이 겹치면서 최고의 등정 팀도 중간에 발을 돌려야 했다. 이들은 위험한 핵 장치를 포함한 장비를 크레바스에 숨겨두고 하산한 뒤 이듬해 봄을 기다렸다.
하지만 봄이 오기 전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모든 장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악한 CIA 발굴팀이 헬기에 중성자 탐지기를 싣고 수개월 동안 난다데비를 훑었지만 핵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결국 CIA는 67년이 돼서야 또 다른 감지장치를 인근 난다콧(6,816m) 정상 아래에 설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중국이 아직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정보를 파악한 미국은 안도했다.
그로부터 11년 뒤 핵 치 분실사건의 일부가 공개되자 인도는 발칵 뒤집혔다. 인도인들이 신성시 여기는 갠지스강 상류의 오염 위험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히말라야는 오염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문제의 플루토늄은 여전히 회수되지 않고 있다.
책은 당시 사라진 플루토늄이 인도 정보당국에 의해 몰래 빼돌려져 핵 연구에 사용됐을 것이란 관계자들의 의심도 소개했다. 인도는 플루토늄 유실 사건 8년 뒤인 74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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