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별시론] 북한과 대화해야 하는 이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별시론] 북한과 대화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3.05.01 12:01
0 0

2003년 리비아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국제관계 개선을 위해 핵무기와 화학무기를 포기하기로 미국과 약속하였다. 그러나 8년 후 그 결과는 카디피 정권의 해체와 카다피의 죽음이었다. 지금 미국은 북한에게 과거 카다피에게 요구했던 것처럼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다른 국가의 통치 방식과 핵무기 보유 여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이러한 외교문제에 입장을 바꿀 수 있는 권리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카다피를 지원했다가 철회했고, 사담 후세인을 지원했다가 철회했다. 미 정부는 이란의 모하마드 모사데크를 1950년대 초반까지 지원했다가 영국과 함께 모사데크 정권을 전복시켰고, 파나마 마뉴엘 노리에가 정권을 지원하다가 후에 해체시켰다. 이러한 미국의 대외정책 사례는 다양하다.

이제 북한 정권은 스스로 다음 차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심각한 국제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에 거대한 분쟁과 폭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불신은 깊어질 수 있다. 이는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이란과 북한은 다른 국가들이 미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해체되는 것을 지켜봤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정권교체와 해체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현재 '반드시 축출해야 한다'고 천명한 대상은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이다. 물론 그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을 해체시키겠다는 미국의 선언은 아사드 정권과 반군과의 잔혹한 유혈 사태를 야기 시켰다.

사실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아니라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고 있는 이란이다. 미국이 아사드 정권을 해체 시키고자 하는 주된 이유는 시리아와 레바논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미 정부는 아사드 정권을 압박했지만, 이는 이란과의 대리전이나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정권교체는 미 정부와 미 중앙정보부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미 정부는 다른 국가의 정권 해체가 가져오는 심각한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란과의 대치 상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53년 미국과 영국은 이란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사데크 총리를 축출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모사데크는 이란의 석유는 영국과 미국이 아닌 이란의 소유라고 믿었고 이를 관철시키고자 했다. 결국 모사데크는 미 CIA와 영국 MI6에 의해 축출되었고 팔레빌로 교체되었다. 그러나 그는 79년 이란 혁명 전까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무자비하게 이란을 통치한 국왕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이란은 핵무기 국가들인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 이 국가들은 모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 비준하였으나 그 조약을 준수하지 않았음에도 미국과 동맹국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법보다는 정치적 힘에 의해 핵무기 보유국가가 되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NPT를 어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나라는 반드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칙보다는 정치적 권력 행사에 가깝다. 핵무기 긴축이 미국과의 평화가 아닌 미국에 의한 정권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만연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란이 미국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핵문제도 유사하다. 국무장관 케리가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북미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인정받으며 존중받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한다. 김정은이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에게 말했듯이 김정은은 오바마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왜냐하면 두 사림이 대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기 전까진 어떠한 대화도 없다는 것을 천명했다. 즉 미국은 '선포기 후대화' 구도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명한 충고가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하되 상대국에게 핵전쟁과 굴욕적인 후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합니다. 핵무기 시대에서 이러한 대결구도를 조장하는 것은 미 외교 정책의 실패이며 전 세계를 공멸시키는 것입니다."

미국이 합리적이고 분별있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현 위기상황을 쉽게 진정시킬 수 있다. 북한은 전쟁이 아닌 존중을 바라고 있다. 지금은 대화할 때이다. 긴장을 낮추고, 대결국면을 피하고, 비현실적이거나 굴욕적인 요구들을 강요하지 말아야한다. 미국은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미국이 다른 국가에게 '좋은 행동'을 하라고 설득하려면, 그들을 축출했던 미국의 나쁜 정책부터 수정해야 할 것이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