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하고 말수도 적은 아버지는 어느 날 가족들을 부추겨 외식을 하러 나갔다. 아마도 내가 중학생이 막 되었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다. 도시가 아닌 소읍에 살던 가구들이 거의 그랬듯, 외식은 신나고 굉장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쩐지 좀 불편하고 어색한 것이었다. 밖에 나가서 밥을 사먹는다는 것은 잠을 밖에서 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낯선 이질감을 주었던 것이다. 밥을 먹는 행위는 아무도 몰래 해치워야 하는 것쯤으로 생각해온 나로서는 더욱더. 그런데 밖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밥을 먹는다니. 아버지가 그날 우리 가족에게 사준 것은 로스구이였다. 지금은 삼겹살이 흔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로스구이라고 해서 돼지고기를 구워 얇게 썰고 소금기름에 찍어 먹는 게 유행이었다. 삼겹살이라는 말도 거의 쓰지 않을 때였다. 아마도 아버지는 며칠 전쯤에 교직원들과 함께 로스구이를 맛있게 먹어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맛을 가족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당신만 혼자 밖에서 이 맛있는 것을 먹었던 게 못내 미안했을 터. 그 마음결이 어렸던 내게 훤히 다 읽혔다. 지금도 모든 아버지들은 다 그러할 것이다. 가족은 먹지 못하는 맛있는 걸 먹을 때 미안하고 불편해지는 것. 그 졸박한 마음과 마음으로 살면 세상의 결핍은 채워지리라. 남은 가족들은 가장의 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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