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7억 번 청년 투자 귀재" 알고 보니 주식 사기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7억 번 청년 투자 귀재" 알고 보니 주식 사기꾼

입력
2013.04.30 18:36
0 0

'20대 초반에 주식 투자에 나서 7년 만에 17억원을 번 '주식 청년'.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와 개미투자자 사이에 이렇게 입소문이 난 김모(27)씨. 지난해 '버핏 투자클럽'이란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H투자회사도 차린 그는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 자신을 20대 주식투자 전문가로 알리며 개미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김씨가) 워렌버핏 투자방식으로 중소형 가치투자로 단일종목에서만 수백 퍼센트의 수익을 거둬왔다"며 한국의 청년 버핏인 양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26세에 17억을 번 주식 청년 이야기,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광고 글을 포털사이트 주식토론 게시판 등에 도배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를 위해 타인 명의의 계정이 필요했던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중국업자로부터 유명 포털사이트 계정 8만여개를 개당 150원씩 1,200여만원을 주고 사들여 홍보에 이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의 카페 회원 수는 8,000여명이 넘었다.

김씨는 이렇게 몰려든 개미투자자를 상대로 "비상장사인 P사가 곧 상장된다"며 투자를 부추겼다. 자신이 3,000원에 사들인 P사 주식을 회원들에게 매수 가격의 2배인 6,000원에 되파는 식으로 5억원의 주식매매 차액을 챙겼다.

하지만 김씨는 광고 글을 도배하는 데 이용했던 명의의 주인인 조모(46)씨가 포털로부터 이용 해지를 당한 뒤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의 조사과정에 20대 투자귀재인 김씨는 주식투자 지식이 전무한 고졸 학력의 평범한 청년으로 드러났다. 20대 초반에 부친으로부터 주식 기초를 배운 그는 주로 개인간 장외주식 거래에 치중하며 필요에 따라 관련 주식 서적을 뒤져보며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김씨는 "주식으로 7년간 17억원을 벌었다는 건 일부 매체 등에서 과장해 내보낸 것"이라며 "그렇게 퍼져야 (내 비즈니스도) 잘 될 것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그는 금융위원회 인가도 받지 않은 투자회사를 차려놓고 주식매매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인터넷 게시판에 홍보글을 올려 투자를 유도하며 불법 주식매매로 차액을 챙긴 혐의(정보통신망법·자본시장법 위반)로 김씨를 구속했다. 주식 성공신화를 좇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한 청년 버핏은 "과도한 마케팅 욕심에 불법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숙였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