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핵심 수사대상인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을 소환한 직후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 하면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검사와 수사관, 디지털분석 요원 등 25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수사팀 대부분이 동원된 점을 감안하면 압수수색 성과에 대해 수사팀이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에 필요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국정원 심리정보국을 중심으로 영장을 발부 받았다"며 "압수수색 결과가 괜찮다면 수사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정원 압수수색은 성과를 떠나 대외적으로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형의 효과도 깔려 있다. 압수수색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 진행됐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국정원장 승인 없이는 압수를 할 수 없다.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관여한 3차장 산하 심리정보국은 이미 해체돼 직원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 관계로 만족할 만한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이 이미 예견됐기 때문에 국정원 내부에서 충분히 대비했을 가능성도 높다. 수사팀은 그러나 각종 전산자료는 물론 업무지시서나 다이어리, 업무일지, 노트북 등을 일부 확보해 물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따져볼 방침이다.
검찰이 임의제출 대신 강제수사를 택한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기 때문에 사소한 오해라도 받지 않도록 원칙적으로 대응한 데 따른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원하는 자료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임의제출을 받을 수도 있지만 완벽한 자료를 받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조직구성과 지휘체계 분석이 수사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압수수색에 앞서 사전조사를 이미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과 국내정치 개입의혹이 제기된 '원장님 지시ㆍ강조 말씀' 모두 인터넷에 게시된 글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정보통신 전문요원들을 대거 투입했다.
검찰 수사가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과 이종명 전 3차장, 원 전 원장 등 주요 인사 소환과 압수수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됨에 따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할 때 이미 소환대상과 순서, 압수수색 시기까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의 진술을 토대로 압수수색 범위를 정한 것은 아니고 그 전에 대략 확정이 됐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에 앞서 원 전 원장 등을 먼저 부른 것도 이들의 진술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물증과 부합하는지 따져보기 위한 수사전략으로 해석된다. 검찰 주변에선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원 전 원장 등을 다시 부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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