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30일 북한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개성공단을 정상화시킬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우리가 제안한 회담과 대화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분과위원 합동회의 특강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원칙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개성공단 체류 인원 전원 귀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재촉구한 의미가 있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류 장관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나중에 눈곱만큼이라도 들어주는 것으로 개성공단이 정상화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개성공단은 의미가 없다"면서 "북한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이 언급한 북한의 부당한 요구는 남측 언론사의 소위 북한 최고존엄 모독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개성공단 인질 구출 발언에 대한 정부의 사과 등이다.
류 장관은 "그런(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며 정상화 된) 개성공단은 우리 정부가 원하는, 남북이 장차 '마중물'로 끌고 나가 이를 기반으로 남북관계를 꽃피울 수 있는 경협의 장소가 아니다"면서 "저희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개인 필명의 논평에서 "개성공업지구에서 인원을 철수하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며 "괴뢰들이 개성공업지구마저 완전히 깬다면 민족이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조선의 이런 언급은 개성공단 잠정 폐쇄 사태의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지만, 북한이 현 상황에서 먼저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입주기업대표단 방북 또 무산
한편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대표단이 이날 추진했던 방북은 지난 22일에 이어 북측의 불허로 또다시 무산됐다. 정부는 북한 근로자들의 미수금 문제를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미수금은 총 800만 달러(약 89억원) 수준의 3월 임금과 미납부된 소득세, 통신료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측이 요구한 완제품과 원ㆍ부자재 반출 여부도 관건이어서 잔류한 7명이 신속히 귀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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