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였던 이대호(31ㆍ오릭스 버펄로스)가 달라졌다. 지난해 4월 타율이 2할3푼3리 2홈런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올 시즌에는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30일 현재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득점과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타율 3할9푼2리(97타수38안타ㆍ2위), 5홈런(공동 3위), 23타점(2위)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은 6할3푼9리로 2위, 득점권 타율도 4할로 7위에 올라 있다.
일본 야구·투수에 완벽 적응
올 시즌 가장 달라진 것은 타석에서의 자세다. 지난해는 일본 진출 첫 해이다 보니 일본 투수들의 집요한 몸 쪽 승부에 시달려야 했는데 비 시즌 동안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한 이대호는 올해 몸 쪽 대처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광권 SBS ESPN 해설위원은 "지난해의 경우 집요할 정도로 몸 쪽 승부에 약한 모습이었는데 올핸 몸 쪽 공을 잡아당겨 장타를 양산하고 있다. 여기에 바깥 쪽 공도 부드럽게 밀어칠 정도로 정교함이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한 시즌을 거치면서 일본 야구와 상대 투수들의 볼 배합에 익숙해진 이대호는 스트라이크 존에도 완벽히 적응,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른다. 올해 초구를 때린 타율이 5할7푼1리(14타수 8안타)이고, 올해 터트린 홈런 5개 중 두 방은 초구를 노린 공이었다. 확실하게 자신감을 찾은 이대호는 초구부터 확실한 자기 스윙을 하고 있다.
팀 중심 타선 강화, 시너지 효과
지난해 이대호는 타선을 거의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T-오카다가 부상으로 한 동안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결국 T-오카다는 지난해 10홈런 56타점에 머물렀다.
오릭스는 비 시즌 동안 니혼햄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토이 요시오를 데려왔다. 최근 4년 연속 3할 타율과 20도루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로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겸비한 이토이의 합류는 이대호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이토이는 올해 타율 3할2푼3리에 17득점 1홈런 8타점을 기록하면서 3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출루율이 4할2푼2리에 도루도 5개를 기록, 많은 득점 찬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리와키 히로시 오릭스 감독은 "올해 오릭스가 점수를 얻기 위해서 둘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직까지 부진한 아롬 발디리스와 T-오카다마저 살아난다면 이대호의 위력은 배가될 수 있다.
2년 차 징크스를 완전히 떨쳐버린 이대호는 올 시즌 목표로 내세웠던 3할-30홈런-100타점을 향해 순항 중이다. 이광권 위원은 "무더운 7,8월에 체력 관리만 잘한다면 충분히 목표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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