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월북자'라는 이유로 고교 재학시절 내내 육군보안사령부에 끌려가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안용수(61)씨가 45년 만에 연좌제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됐다. 안씨의 형 안학수 하사는 베트남전에 파병됐다가 1966년 실종되고 1년 뒤 북한 방송에 출연하면서 월북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1974년 안 하사가 탈북하려다 적발돼 총살당한 사실이 확인돼 2009년 국군 포로로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윤인성)는 안씨가 통일부 산하 납북피해자 보상 및 지원 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안씨의 급우 및 담임교사의 법정 증언, 생활기록부 등을 보면 안씨가 보안사에서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고교 시절 겪은 고통이 안씨의 내면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것이 충분히 짐작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안씨의 급우는 법정에 나와 "안씨가 보안사 포항지부로 수 차례 호출됐으며, 보안사에 다녀온 후에는 울거나 쓰러지는 것을 봤고 조퇴와 결석도 잦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담임 선생님도 "안씨가 보안사에 다녀온 후 정신을 잃어 옆자리 학생에게 양호실로 데리고 가도록 한 기억이 있으며, 이런 일로 결석일수가 상당히 많았지만 당시 보안사의 가혹행위 때문이라고 기재할 수 없어 생활기록부에 가정사정으로 결석했다고 썼다"고 증언했다.
생활기록부에 따르면 안씨는 사고 등을 이유로 3년간 72차례 결석했다. 안씨는 2009년 형이 월북자라는 이유로 보안사 공무원들이 고문과 폭행을 해 정신 장애를 입었다며 보상금 지급을 신청했으나, 객관적 증거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하자 소송을 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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