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이 바벨을 든 지 6개월 만에 전국 역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주위에서는 ‘역도 신동’이 탄생했다고 놀라워하고 있다.
주인공은 충북 청주여중 2학년 정윤아(14)양이다. 정양은 26일 강원 양구에서 열린 제24회 전국춘계여자역도대회 여중부 58kg이하급 용상 부문에서 73kg을 들어올려 우승했다. 인상에서 55kg을 들어 3위를 한 정양은 용상ㆍ인상 합계에서도 총 128kg으로 1위를 차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국대회에서 당당히 우승했지만, 정양은 역도를 시작한 지 반 년 밖에 안된 ‘햇병아리’역사(力士)이다.
보통 체격의 정양은 역도를 우연히 접했다. 지난해 10월 말쯤 방과 후 수업으로 테니스를 배우던 중 테니스코치의 소개로 역도부가 있는 봉명중 구연흥(60) 체육교사의 눈에 띈 것이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힘이 좋은 정양의 장점을 한눈에 간파한 구 교사가 역도를 권유했고,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정양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문제는 정양의 학교에 역도부가 없어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학교를 마친 뒤 집 근처의 청주스포츠센터 역도연습장이나 훈련장이 있는 다른 학교에서 매일 5시간 이상의 훈련을 이어갔다. 밤 늦은 시간에 스포츠센터에서 혼자 애쓰는 모습을 지켜본 충북도청 소속 역도선수와 충북체고 언니들이 자세를 잡아주고, 올해 신학기들어 구 교사가 청주여중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 지도에 나서면서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지역 체육계에서는 정양의 출현을 ‘제2의 장미란’에 비유하며 놀라움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 교사는 “자세도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새내기가 훈련 몇 달 만에 처음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예사롭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윤아는 하체가 길고 손발이 커 역도하기에 최적의 신체 조건을 갖췄다”면서 “스스로 바벨들기를 즐기는데다 승부욕도 강해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양은 올해 안에 용상 75kg 이상을 들어올리기 위해 맹훈련 중이다. 내년 소년체전을 제패한 뒤 충북체고에 진학해 체계적으로 역도를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 “역도가 재미있다”는 정양은 “장미란 언니처럼 세계적인 역도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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