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외교창구인 뉴욕채널의 당사자들이 동시에 교체된다. 뉴욕채널의 미국 측 당사자인 국무부의 클리퍼드 하트 북핵 6자회담 특사가 홍콩주재 총영사로 이동할 것으로 29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북한 측 당사자인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앞서 8월께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보도됐다.
하트는 2011년 6월 성 김 주한 미국대사의 후임으로 6자회담을 위한 국무부 특사에 취임했으나 이후 6자회담이 한번도 열리지 않아 특사 역할은 하지 못했다. 다만 한 차석대사와 함께 약 2년 간 북미 외교 창구의 뉴욕채널 담당자로서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의 북미 고위급 회담과 2ㆍ29합의 도출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 하트 특사와 한 차석대사는 3월 뉴욕에서 비밀리에 만나 현안을 논의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 출신인 하트 특사는 이라크 러시아 등지에서 근무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ㆍ대만을 담당했으며 해군참모총장 외교정책 자문역으로 일했다.
국무부는 하트 특사의 후임을 발표하지 않았다. 후임 물망에 오른 인사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의 이런 조치는 북한이 한 차석대사 후임을 정식 임명하지 않는데 대한 외교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후임 특사를 임명하지 않으면 뉴욕채널의 미국 측 당사자는 당분간 실무자(참사급)가 맡게 된다. 북한도 한 차석대사의 후임에 직급이 낮은 최일 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한성렬-하트 뉴욕채널의 퇴진은 단순한 얼굴 교체가 아니라 뉴욕채널 위상의 하락을 의미할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채널은 특사급에서 참사급 채널로 하향 조정돼 북미 당국자 간 협의채널이 아니라 양국의 메시지를 단순 전달하는 채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북미간 외교창구는 비중이 뉴욕보다는 베이징에 더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채널의 위상 추락은 현재 냉각된 북미관계를 상징한다.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정통 외교관 출신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6자회담 수석대표)와 하트 특사 등 한반도 라인을 교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공석 사태 속에 하트 특사까지 물러남에 따라 한반도 라인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동아태 차관보 인사에 대해 "대니얼 러셀 백악관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2개월째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검증이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