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계약직 직원 5,800명을 올해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4대 그룹 가운데 처음 나온 정규직 전환조치다.
SK는 SK텔레콤과 SK플래닛의 자회사에서 자동응답시스템(ARS) 고객 상담이나 고객 불만 접수, 텔레마케팅을 하는 계약직원 4,3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서비스에이스, 서비스탑, 에프앤유 신용정보와 SK플래닛의 자회사인 엠앤서비스 등에 주로 근무한다. 나머지 1,500명도 SK네트웍스, SK건설, SK증권 등에서 영업ㆍ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바뀌는 고객상담 직무 종사자의 80%가량은 20대 중ㆍ후반의 여성이어서 여성인력 고용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SK그룹측은 전했다.
SK는 앞으로 전체 직원의 12%(9,500명)를 차지하는 계약직을 단계적으로 줄여 2015년까지 3%대로 낮출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정규직 인원이 갑자기 늘어 복리후생 부담이 다소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에는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상담계약 업무는 계속 정규직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SK 측은 이번 조치가 최근 수년간 추진해 온 '따뜻한 동행 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지난해 3월 중소기업의 영역을 잠식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소모성자재 구매 대행사업(MRO) 부문을 사회적기업(행복나래)으로 전환했고, 대기업 비즈니스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 온 교복사업(SK네트웍스) 역시 그룹 모태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에 넘기고 철수했다. 최근엔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자 SK텔레콤ㆍSK이노베이션과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SK C&C 간 거래 물량을 축소하는 한편, 기업광고 역시 경쟁입찰을 통해 외부 대행사에 개방했다. 그룹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한화그룹은 비정규직 1,900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했으며, 이마트는 상품진열 사내하청직원 9,100명을 4월 1일자로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했다. 노조와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현대자동차도 사내하청 근로자 6,500명 가운데 3,500명을 2016년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 바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전날 현대차그룹이 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당진 특수강공장 건설)을 밝힌 데 이어 SK그룹이 계약직의 정규직화를 발표함에 따라, 박근혜정부 출범 후 미뤄졌던 주요 대기업들의 대형 투자ㆍ고용조치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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