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헌정하는 마음으로 쓴 소설입니다.”
작가 박범신(67)씨가 30일 신작 장편소설 의 출판기념회를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열었다. 은 박씨가 2011년 전작인 를 발표한 이후 홀연히 고향으로 내려가 2년여 동안 살면서 쓴 작품이다. 고향에서 처음으로 쓴 소설이기도 하다.
이런 사연 때문인지 출판기념회 주제도‘내고향 논산땅 걷는다’로 정했다. 독자와 함께 5일 동안 하루 15km를 걷는 이색 출판기념회다. 28일부터 독자들과 함께 논산시 동서남북 경계 길을 걷고 또 걷고 있는 그는 다음달 2일까지 걷기를 계속한다.
첫날은 그의 생가가 있던 연무읍 두화마을을 시작으로 학창시절 등하굣길인 강경읍을 걸었다. 박씨는 고향마을에서 노래를 부르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과 고향에 대한 추억을 소회하기도 했다.
“40년간 객지로 떠돌다 보니 고향의 속살을 몰랐어요. 2년 동안 하나씩 알아 가고 있고, 죽기 전에 논산 땅의 경계를 모두 돌아보면서 고향사람의 진한 정을 느끼고 싶습니다.”
걷기행사에 참가한 독자 임경애(49ㆍ논산시 부적면)씨는 “평소 좋아하는 작가와 함께 걸으니 건강을 위해 단순하게 걷는 것과 기분이 매우 다르다” “고향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귀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걷기행사 마지막 날인 다음달 2일엔 평매마을 잔디마당에서 작은 콘서트가 열린다.
은 한 중년남자의 서럽고 한없이 무거운 팍팍한 인생을 그렸다. 뜨거운 염전에서 일하다 숨진 소설 속 주인공은 아내도 없이 여러 아이들을 키워왔다. 오직 대학생 아들 하나에 기대를 걸고 혹독한 삶을 견뎌온 평범한 아버지다. 그는 소설에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가고 사는 게 힘들어 가출하고 싶어 항상 세상과 가족을 버리고 떠나는 꿈을 꾸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번 출판기념회는 그 동안 수십 번의 기념회보다 고귀하다”며 “신작의 풀 스토리가 고향에 대한 이야기로 고향에 헌정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소설의 무대는 그가 학창시절을 보낸 강경과 현재 살고 있는 평매마을. 강경은 소금창고가 유난히 많았던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매개체로 나온다.
그는 소금을 바다와 햇볕과 바람,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인고의 결정체로 보고 소금을 ‘인생의 맛’으로 승화시켜 소설 속에 녹여냈다. 여주인공 ‘화자’는 현재 그가 살고 있는 평매마을 여인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강경과 현재 살고 있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있다.
논산=글 사진
박범신(가운데)씨가 30일 ‘내고향 논산땅 걷는다’라는 주제로 신작 소설 의 출판기념회를 연 뒤 독자들과 함께 충남 논산시 상월면 오솔길을 걷고 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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