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매체와 인터뷰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플로리다주 재검표를 중단시키고 조지 W. 부시 승리를 확정했던 당시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이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83)가 29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 개입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시카고 공영TV(WTTW)에 방송된 ‘시카고 트리뷴’ 편집진과의 인터뷰에서 “연방대법원은 당시 플로리다주 재검표 문제가 대선의 중대 이슈로 부상하자 사례를 접수하고 판결을 내렸으나 그때 심리를 거부했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플로리다주 선거관계자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자 연방대법원은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믿었다”며 “그러나 당시 판결이 파문을 일으켜 문제를 크게 만들고, 연방대법원의 평판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공화당)이 지명해 여성으로는 최초로 미국 사법기관 최고위직인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오른 그는 공화당원이었지만 연방대법원에서 공화-민주 지지 성향의 대법관들이 팽팽한 이념대결을 벌일 때마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든 이른바 ‘스윙 보터’ 역할을 해왔다.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고어 후보는 총 득표수에서 공화당 부시를 54만여 표로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271대 267로 밀리자, 접전 지역인 플로리다주의 대법원은 고어 측의 수작업 재검표 요청을 받아들여 일부 선거구를 재검표 한 결과 표차가 400여 표까지 줄었다. 전 지역에서 재검표를 하면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었으나 대법관 9명(공화 5, 민주 4)은 플로리다 주대법원의 재검표 명령에 대해 5대4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이 판결에서도 ‘스윙 보터’ 역할을 해 부시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당시 동료 대법관들이 내 표심에 영향을 미치려고 개인적 로비를 펼친 일은 결코 없었지만 서면 논쟁을 통해 내가 지지할 만하다고 믿는 점들을 제시하는 등 설득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오코너는 은퇴 후 시민교육 프로젝트 ‘아이시빅스’에 힘을 쏟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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